['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3) 김준성 <이수그룹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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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성 이수그룹 명예회장은 우리 나이로 올해 여든넷(만 여든셋)이다.
웬만해서는 거동도 여의치 않은 나이지만 그는 이수그룹의 명예회장으로서, 작가로서, 전경련 자문위원으로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서울 반포동 이수그룹 사옥으로 아침 8시30분이면 어김없이 출근해 오후 6시까지 그룹 일을 돌봐준다.
집필 활동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하루에 원고지 10~15장은 쓴다.
전경련 자문위원 모임에도 빠짐없이 참석하여 경륜을 바탕으로 한 각종 정책대안을 제시한다.
김 명예회장이 그 나이에 1인 3역을 소화해낼 정도로 건강을 유지하는데는 나름의 비법(?)이 있다.
"날마다 경락마찰을 합니다. 책에서 보고 30년째 하고 있는데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경락마찰을 한 뒤 30~40분간 산책을 해요. 돌아와서는 냉수마찰을 하거나 침대에 누워 허리운동을 하고, 운동이 끝나면 무 버섯 등이 든 야채주스를 한잔 마시고 복식호흡을 하죠."
김 명예회장은 지난 2000년 이수그룹 회장직을 3남인 김상범 회장에게 넘겨주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지난 25일 이수그룹 사옥에서 김 명예회장을 만났다.
인터뷰는 작품활동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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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집필활동을 많이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1년에 단편 중편 합쳐서 3∼4편 쓰지요.
우리 문단에서 지난해 가장 많은 작품을 내놓은 작가중 한 사람일 겁니다.
예순넷에 정부 일을 그만 둔 뒤 본격적으로 글쓰기에 나서 소설집 7권을 냈습니다.
작품수로는 30편 정도 될 거예요."
-뒤늦게 소설을 쓰시게 된 특별한 계기라도 있습니까.
"젊었을 때 문학을 했어야 했는데 경제를 하느라 못했어요.
은행 생활 40년, 기업경영 20년 동안은 문학을 좋아해도 할 수가 없었죠.
은행시절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은 했지만 글을 쓸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없었습니다.
예순넷에 관직을 그만두고 코네티컷 대학에서 리서치 펠로(연구교수)로 가서 공부나 할 생각이었습니다.
헌데 당시 김만제 재무장관이 은행연합회장을 맡아달라는 거예요.
어쩔 수 없데요.
다행히 은행연합회장을 하면서 예술진흥원 후원회장을 맡게된 것이 계기라면 계기입니다.
시인 구상씨,소설가 정비석 김동리 황순원씨 등 친하게 지낸 문인들과 접촉하면서 다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힘드시지는 않나요.
"문인들은 30∼40대가 가장 왕성하게 활동할 때 아닙니까.
난 예순넷부터 했으니 문학연령으로는 30∼40대 밖에 안됩니다. (웃음)
사회에 공헌한다는 생각으로 '파라(Paraㆍ프랑스어로 '넘어서' 라는 의미)21'이라는 문학잡지를 3개월에 한번씩 냅니다.
젊은이들 글도 많이 읽고요."
-요즘 주로 만나는 분들은 누구십니까.
"(대구고보:현 경북고) 동기인 신현확 전 총리와 3년후배인 이원경 전 외무장관 등 학교 동창들과 만나 점심도 먹고 골프도 치고 있습니다.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과 남덕우 전 총리, 이승윤 나웅배씨 등도 만납니다."
-매일 사무실로 출근하신다고 들었습니다.
"회사 경영에 일절 참여하지는 않지만 회장(김상범 이수그룹 회장)이 하는 일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주요 회의에서 올라온 안건은 서류로 받아보죠.
계열사에서 보낸 서류도 보고 있어 어느 공장에서 문제가 생기는지는 세밀히 판단하고 있습니다."
-경영과 관련해 조언은 하십니까.
"내 나름대로 명예회장으로서 기능과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일종의 컨설턴트 역할이죠.서류를 보다가 의견을 내야겠다고 생각하면 그룹 기획책임자를 불러 '이 문제에 이런 생각이 있으니 들어보고 괜찮다고 생각되면 너의 의견으로 제시하라'고 말합니다.
대신 절대로 '명예회장이 그러더라'고는 하지 말라고 하죠."
-요즘 경제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전경련 자문위원회에서 남덕우 이승윤 이홍구 이현재씨 등과 한국경제의 문제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모두들 신용카드 남발로 빚이 쌓이고 가계부실이 늘어나는 것을 걱정합디다.
가계가 우선 정상으로 돌아야 됩니다.
44조원에 달하는 여유자금이 예금으로 흡수되지 않는 것도 문제예요.
한동안은 부동산으로 몰리는 듯했으나 지금은 그것도 아니에요.
정부가 부동산 과열로 규제하고 있는데 주택경기는 다소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현재 우리 경제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올해 경제성장률이 3%, 내년엔 3%도 어려울 거예요.
우리나라는 현재 신규 노동력이 한해 70만명이 공급되는데 이상적인 사회라면 20만∼30만명이 퇴직하니까 일자리가 30만∼40만개는 늘어야 합니다.
실업률을 1∼2%로 낮추려면 경제가 4∼5%는 성장해야 하는데 큰 일이에요."
-현 정부 경제팀에 한 말씀해 주신다면.
"첫째 국제경쟁력을 위해서는 정부가 모든 규제를 완화해야 합니다.
둘째로 기업들 옛날처럼 이젓저것 벌리지 말고, 자기 전문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경쟁력을 키워야 합니다.
우리 국민은 그런 능력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노사문제입니다.
노동자 입장도 중요하지만 사용자 입장도 마찬가지로 중요합니다.
파업하면 손실이 많을뿐 아니라 국제경쟁력이 떨어집니다."
-김상범 이수 회장은 잘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경제와 법률을 전공해서인지 내 기대 이상으로 잘 하고 있어요.
내 스스로 경제전문가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 애(김 회장) 때문에 깨달은게 많아요.
(김 회장은) 캐시 플로(현금흐름)를 중시하는데 그래서인지 부채비율이 굉장히 낮습니다."
-소설도 쓰시고 기업 경영도 하시고 정부 정책결정자이신 때도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어떤게 제일 맘에 드십니까.
"다 맘에 듭니다.
능력에 한계가 있으니 너무 여러가지 하면 자기 전공이 없어진다고 말하죠.
보통 사람들은 두가지를 하는데 저는 지금도 3분의 1은 문학을 하고 3분의 1은 명예회장으로 경영 관련 보고서 읽고 조언하며 나머지는 제 개인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김 명예회장은 소설에 개인적 경험도 들어있느냐는 물음에는 "작품의 소재를 주로 돈과 풍자에서 찾기는 하지만 소설을 통해 경제를 논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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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성 이수그룹 명예회장 약력 ]
* 1920년 대구 출생
* 1942년 서울대 상학과 졸업
* 1958년 현대문학에 단편소설 '인간상실'로 문단 데뷔
* 1958년 농업은행 부산중앙지점장
* 1967년 대구은행장
* 1970년 경북축협회장
* 1975년 제일은행장
* 1976년 실업야구연맹회장
* 1977년 한국외환은행장
* 1978년 한국산업은행 총재
* 1980년 한국은행 총재
* 1982~83년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
* 1984년 전국은행연합회장
* 1985년 저축추진중앙위원회장
* 1985~89년 문예진흥원 후원협의회 회장
* 1985년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상임고문
* 1987년 삼성전자 회장
* 1988~94년 (주)대우 회장
* 1992년 대우고등기술연구원 이사장
* 1995년 이수그룹 회장
* 1998년 이수화학 대표이사 회장
* 2000년 이수그룹 명예회장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