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역사는 반복하는가? .. 裵洵勳 KAIST 초빙교수

裵洵勳 지난 1997년 초로 거슬러 올라가면 지금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경제 난국을 그대로 보고 있는 것 같다. 과격한 노동 운동에서부터 집단 이기주의 까지 우리 내부의 문제가 가려 외부를 보지 못하고 있는 점이나 외환 보유고가 높으니 침체된 경기는 시간이 되면 회복하겠거니 하는 근거 없는 기대도 비슷하다. 과격한 의사 표시를 위해 거리에 나서는 사람들에게는 최근의 중국의 발전이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이제는 문을 닫아야 할 낙후 기업도 중소기업이라는 점을 내세워 정부가 보상해 주기를 기다리며 불쌍한 표정을 짓고 있다. 외국 자문 기업들은 한국은 경쟁력을 위해 시장 원리를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또 한번의 IMF사태를 맞으면 누구의 피해가 가장 심각한가? 민주주의, 시장경제로 가면서 이제는 누가 무엇부터 해야 하는가가 불분명하게 되었다. 정부가 나서면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되고 정부가 자유 방임하면 무질서가 된다. 분명히 정부의 역할이 있고 기업의 자발적인 역할이 있다. 그리고 소비자의 목소리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난해 5월 월드컵때 서울 시청 앞에서 벌인 붉은 악마의 응원은 어떠한가? 여학생들의 사고로 벌어진 촛불 시위는 반미 운동으로 발전하는데 서해 교전으로 목숨 바쳐 나라를 보호한 애국 전사들은 잊혀지고 있다는 불합리한 군중들의 행동은 한국의 국제적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 개방 경제에서는 국제적으로 기업 활동을 하고 있는 경영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가 우리나라의 국제적 이미지를 만든다. 그러한 이미지에 따라 외국인 투자가들이 떠나기도 하고 들어 오기도 한다. 그래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리를 잘 이해할 수 있게 영어를 구사해야 하고 기업 활동과 정부의 규제가 투명해야 한다. 우선 기업인들은 정부의 의도에 의심을 품고 사기가 떨어져 투자를 안하고 있다는 가설이 있다. 정부가 사용자보다는 노동자에 가까이 서는 '노동 편향적'이라는 이유에서라고 한다. 지난 날 과격했던 불법 노동 운동 때문에 정부가 아니라 해도 신문이나 방송에서 편향적이라고 판정해 보도를 하면 편향적이 되는 것이 우리의 노동 문제이다. 그래도 정부는 공정한 이미지를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증거가 보인다. 기업은 지난 날 지배구조 측면에서 떳떳하지 못한 점이 있어 노사 관계에서 적극적이지 못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외국인 투자가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것을 보면 지배 구조문제도 과거가 되었다. 더욱이 국내 노동 여건이 불리하면 외국으로 공장을 이전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직도 소비자는 국산품을 애용한다. 시장경제는, 개방경제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가? 일자리가 늘어나려면 기업이 투자를 해야 한다. 투자를 하려면 장기적으로 안정된 사업 기회가 있어야 한다. 사업 기회는 사업가가 포착하는 것이고 정부는 안정적인 기회를 만들기 위해 정책의 투명성을 강조해야 한다. 개혁도 좋으나 합리적으로 하여 예측이 가능하면 투명한 것이다. 기업은 특정 일자리에 필요한 능력이 있는 근로자를 채용하려고 한다. 능력이 없는 근로자는 채용을 안 하거나 채용을 했던 근로자라도 해고를 자유스럽게 할 수 있어야 노동 시장이 원활하게 돌아 간다. 과거 경직된 노동 시장 때문에 우리는 어떤 능력을 가졌는지도 모르고 또 어떤 능력을 키워야 하는지도 모르게 되었다. 농산물을 생산하던 농촌 근로자는 이제 농산물 가공 기술자가 되려고 한다고 정부가 지원하면 효율적인 경제가 될까? 이런 논의는 1997년 봄 IMF 사태가 일어나기 직전에도 있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달라진 것이 별로 없다. 다시 IMF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 국민 대회라도 열어야 할 것 같다.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서 기업가가 사업 기회를 포착하려면 기업 환경 개선 이전에 기술혁신이 있어야 하고 근로자가 자기 직장을 지키려면 직장을 보호하는 활동을 해야 하고 정부가 국민을 위해 일자리를 만들려면 국가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현명한 국민은 뼈아픈 역사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soonhoonbae@kgsm.kaist.ac.kr/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