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은 나만의 안식처" .. '나는 외과의사다'

의료 서비스가 많이 좋아졌다고는 해도 환자와 의사의 거리는 아직 멀다. 환자는 의사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나는 외과의사다'(강구정 지음,사이언스북스,1만3천원)를 읽어보면 의사들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대구 계명대 동산병원 외과학 교수인 저자는 이 책에서 의사가 되기까지의 과정과 임상체험 등을 진솔하게 들려주면서 의사에 대한 일반적인 오해와 의료계 안팎의 여러 문제 등을 두루 짚고 있다. 외과의사는 흔히 '험한 육체노동자'로 불린다. 간단한 시술이나 처방이 많은 다른 과에 비해 육체적으로 힘든 수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저자가 외과를 선택한 것은 "몸의 수고를 더하여 중환자들과 고락을 함께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첫 신장이식 수술을 한 뒤 환자의 신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소변방울을 보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던 일,새로운 수술법을 배우기 위해 미국이든 일본이든 마다 않고 찾아다녔던 일 등은 저자의 따스한 인간미를 느끼게 한다. 또한 기본적인 의식주도 해결하지 못할 만큼 고달픈 인턴 생활과 떨리는 마음으로 환자를 진료하기 시작하는 수련의 기간 등은 의사가 되기 위한 고달픈 과정을 보여준다. 최선을 다하고도 수술에 실패해 고소를 당한 적도 있지만 저자는 "수술실은 나만의 위안받을 처소이자 안식처"라고 털어놓는다. 수술은 번잡한 생각과 일로부터 해방시켜 줄 뿐만 아니라 의도대로 수술이 잘 되면 천하를 얻은 것보다 기쁘다는 것.그래서 저자는 "외과의사는 교수이기 전에 의사임이 더 값지다"고 자부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