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 골프] 진록의 필드에서 맛보는 '白夜 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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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오프 시간이 9시로 잡혔어."
이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대부분 한국골퍼들은 오전 9시를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알래스카에서는 반드시 오전인지 오후인지 물어봐야 한다.
백야가 하루 내내 라운드를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겨울과 여름 두 계절만 존재하는 알래스카에서 백야가 지속되는 여름 시즌은 5월에서 9월까지 5개월 남짓.
그러나 이 기간중 자연은 최고의 컨디션을 자랑한다.
기온은 한국의 봄 가을을 연상케 할 정도로 쾌적하다.
습기가 적어 햇살은 항상 상큼하다.
울창한 녹음과 수려한 산세는 지겨웠던 겨울을 보상이나 하려는 듯 한껏 매력을 발산한다.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있는 갖가지 꽃들은 알래스카 전체를 형형색색의 정원으로 꾸민다.
골프장 역시 마찬가지.
진록의 필드는 저 멀리 눈덮인 매킨리의 준봉과 추가치 산맥에 대비돼 선명한 원근감을 준다.
여기에 잡티 하나 없는 북국의 코발트빛 하늘과 금방 만들어낸 솜사탕 같은 흰구름이 곁들여지면 골프장은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 된다.
앵커리지 인근에는 모두 4개의 골프장이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은 오말리에 있는 앵커리지GC.
앵커리지 최고의 골프클럽으로 알래스카주의 모든 공식 시합이 이 곳에서 열린다.
총 18홀 6천6백28야드(블루티 기준)인 이 코스는 알래스카의 자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
페어웨이 양쪽으로 전나무와 자작나무들이 시원하게 뻗어 있고 이따금 마주치는 연못 근처에서는 한가로이 거니는 기러기 떼를 만날 수 있다.
잔디 위에 공을 놓고 칠 수 있는 드라이빙 레인지는 그물망이 없어 실제 라운드와 똑같은 상황에서 연습이 가능하도록 조성됐다.
드라이빙 레인지는 오전 5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문을 연다.
엘멘도르프 공군기지 내에 있는 '이글 글랜' '무스 런' 코스나 앵커리지에서 1시간 남짓 떨어진 팔머GC와 세틀러GC도 앵커리지GC에 못지 않는 쾌적한 골프 환경을 갖추고 있다.
알래스카 골프장의 또 다른 볼거리는 클럽하우스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
골프 관련 각종 공식이벤트는 물론 일반인들의 결혼식이나 파티가 심심치 않게 열린다.
관광객으로선 이 행사를 구경하는 것 역시 외국에서 즐길 수 있는 또 하나의 새로운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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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은 알래스카 직항편을 매주 화ㆍ금ㆍ토요일에 운항하고 있다.
알래스카 골프 패키지 상품은 위즈여행사(02-777-2588)가 여름 동안만 판매한다.
54홀 라운드, 빙하관광, 매킨리봉 경비행기 관광 등을 포함한 6일 상품 2백59만원.
알래스카에서 골프에 드는 비용은 상당히 저렴한 편이다.
오말리 골프장의 경우 그린피는 47.25달러(관광객ㆍ18홀 기준), 클럽렌털은 캘러웨이 스틸 37달러, 윌슨 딥레드 그라파이트 34달러 정도다.
2인승 카트 대여료는 개인당 14.50달러, 손으로 끄는 카트는 4.5달러에 빌릴 수 있다.
미국 PGA 클래스A 프로들로부터 레슨도 받을 수 있는데 보통 30분에 40달러 정도다.
알래스카=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