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ㆍ디아지오 위스키 라이벌 '동병상련'

"살리긴 살려야 하는데,돈이 많이 들고…." 위스키업계 최대 라이벌인 진로발렌타인스와 디아지오코리아가 같은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술 시장에서 서로 으르렁거리는 앙숙이지만 '마스터스와 딤플' 때문에 동병상련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마스터스는 진로발렌타인스가 2001년 11월 한국 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제품이고,딤플은 디아지오코리아가 올해 하이트맥주 계열인 하이스코트로부터 판매권을 넘겨받은 자사의 막내 제품. 두 회사가 고민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들이는 정성에 비해 판매가 늘지 않기 때문이다. 마케팅과 광고 비용으로 적지 않은 돈을 쓰는 데도 성과가 미미해 여간 골칫거리가 아니다. 판매실적을 보면 두 회사의 고민을 알 수 있다. 마스터스는 올 1월 8천3백50상자(1상자=5백ml 18병)가 팔렸으나 4월 5천2백27상자,5월 4천5백11상자로 감소한 뒤 7월에는 2천9백36상자로 급감했다. 딤플도 회사측의 막강한 지원에 힘입어 4월에 5만상자까지 판매됐으나 5월 3만6천1백80상자,6월 2만6천4백36상자에 이어 7월에는 7천8백19상자로 뚝 떨어졌다. 두 회사가 보유한 제품군 중 두 제품만 약세를 보이는 까닭은 비수기인 여름이라는 계절적 요인도 있지만 가격 경쟁력이 취약하기 때문.마스터스는 업소에서 병당 38만원 수준으로 45만원인 발렌타인17과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 고객들이 38만원을 주고 마스터스를 잘 마시려 하지 않아 판매가 준다는 게 업소들의 설명이다. 딤플은 하이스코트에서 디아지오로 판매권이 넘어오기 전 6개월 이상 제품 광고 없이 방치된 데다 가격이 인기 제품인 윈저12와 비슷해 전형적인 중복 제품이 됐다. 두 회사는 제품을 회생시키기 위해 일단 투자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얼굴 없이 위스키를 마시는 마스터스 광고'와 '철망 속 뉴딤플 광고'가 회생 프로그램의 하나. 하지만 '소비자에게서 한 번 멀어진 위스키는 회생하기 어렵다'는 한국 위스키 시장의 특성을 뒤집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두 회사의 고민에는 '경쟁사보다 먼저 포기하지는 않는다'는 자존심 경쟁도 깔려 있어 귀추가 더욱 주목된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