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의 진주' 아르헨티나의 눈물] (4.끝) 四面楚歌 빠진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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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의 대통령궁 앞 마요광장에는 이틀이 멀다하고 밀려드는 실업자와 노동자들의 시위로 어수선하기 짝이 없다.
'일자리를 달라''임금을 올려달라'는 내용의 현수막들이 어지럽게 내걸린다.
때로는 시끄러운 딱총까지 동원되지만 대통령궁은 묵묵부답이다.
지난 5월 출범한 네스토 키르츠네르 대통령은 아직 위기극복을 위한 경제 프로그램을 내놓지 않았다.
뭔가 부지런히 준비는 하고 있는 것 같은데 각종 현안들에 대한 입장은 좀처럼 발표되지 않고 있다.
"경제계나 노동계나 모두 숨을 죽인 가운데 대통령의 입만 쳐다보고 있는 형편이다."(후안 카를로스 사코 공업연맹 사무총장)
키르츠네르 대통령이 구상하는 경제 프로그램의 방향은 다음달 8일로 시한이 정해져 있는 IMF와의 부채 만기연장 협상에서 일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협상대상은 30억달러.아르헨티나 전체 외채를 감안할 때 그리 큰 규모는 아니지만 새 정부와 IMF간 첫 대면인데다 IMF의 태도가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이번 협상은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IMF는 가스나 전기 등 공공서비스 요금의 대폭적인 인상을 비롯해 아르헨티나 경제 전반의 구조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일단 키르츠네르 정부는 공공요금 인상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노조의 반대도 부담스럽지만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공공요금을 30% 올리고 소득세도 인상할 경우 국민의 50%에 달하는 빈곤층의 고통이 너무 커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IMF가 이같은 입장을 양해해주지 않는다면 키르츠네르가 정치적으로 상당한 곤경에 놓일 수도 있는 상황이다.
키르츠네르는 중도 좌파로 분류된다.
그는 취임초 주요 산업에 대한 국가의 통제력 강화와 부의 재분배 원칙을 강조했으며 대형 빈민구호 프로그램도 발표했다.
하지만 그의 성향에 관계없이 키르츠네르에게 부여된 과제는 분명하다.
우선 전 정권과는 달리 IMF 등 다국적 금융기관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경제회생에 필요한 자금을 가능한 한 많이 끌어들여야 한다.
따라서 국제금융계는 키르츠네르가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처럼 그의 정치철학이나 성향을 잠시 접고 경제회생에 전력을 기울일지 여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