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코드정치'의 그림자..全哲換 <충남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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全哲換
참여정부 6개월, 코드정치는 개혁정책을 구현하고자 하는 정권 핵심부가 즐겨 사용하는 새 정치용어로 정착하고 있다.그러나 당초 의도와는 달리 또 하나의 부정적 신념체계인 이데올로기로 변한다는 우려를 자아낸다. 정권 핵심부, 특히 대통령이 "아는 사람, 가까운 사람, 정치적 이념을 같이 하는 사람 또는 검증을 거친 사람" 을 권력 핵심부 구성요소로 볼 뿐만 아니라 배타적 충성집단 요소화하기 때문이다.
사실 코드정치는 선거과정에서 지지를 얻기 위해 약속한 개혁정책을 성공적으로 시행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조건일 수 있다.
적어도 지지 정당과 행정부의 핵심구성원이 정치이념을 같이 하고 이념구현을 위해 일치된 이상과 실천력을 보여야 개혁이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끼리는 당연하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 경영자와 시중의 개인과는 인간관이 같아서는 안된다.
권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코드정치가 참여정부처럼 대통령제하에서 스스로 당정분리를 선언하고 정당과 점점 거리를 두게 되면,고려대 최장집 교수가 지적한 것처럼 남미 정치학자 '기예르모 오도넬'이 다른 민주정치와 차별화하기 위해 정의한 '위임 민주주의'로 변하고 자칫 코드독재의 우려까지 낳을 수 있다.
그 배경은 지금의 정치상황이 참여정부에 대한 지지집단 이반은 증폭되고 여당은 지지층 대변 기능을 거의 상실한데 있다.
집권층은 그럴수록 코드일치 집단의 결속을 다짐하는 한편,대통령이 유일한 국민의지의 구현체임을 자임하면서 코드일치 집단통치를 강화하고자 하는 위임 민주주의, 즉 신권위주의 성향을 보이기 쉽다.
또 참여정부는 선거에서 약속한 개혁정책의 많은 부분이 수구벽에 부딪치자 보수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지지집단은 희망 대신 비관으로 전환되고 선거에서 보인 여당의 정체성은 크게 약화됐다.
또 여야 불구하고 이반된 대중의 갈등조정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돌파할 전략으로 코드정치가 더욱 강조되는 것 같다.
나아가 참여정부의 개혁성이 점점 보수화하는데도,궤도수정에 대한 국민 동의를 구하는 대신,코드정치와 로드맵 등의 새 용어로 대중상징조작을 강화한다는 비판이 있다.
그런데도 보수집단은 지지로의 선회 대신 반대성향이 증폭되는 역설을 야기하고 있다.
또 참여정부는 우리정치가 부패로 얼룩졌기 때문에 그 대응책으로 권력을 정당에서 대중지지와 그를 배경으로 하는 대통령 및 검찰권으로 바꾸고 있다.
그 수장들을 코드가 맞는 사람으로 채우고 대중상징조작방법으로 코드 이데올로기가 사용되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과도하게 직접 대중과 검찰권에 의지하면, 자칫 탈정치 및 탈국민의지의 초권력을 낳을 수 있다.
코드정치가 위임민주주의 하에서 코드 권위주의로 흐르면 부정적 이데올로기 폐혜를 누적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사실 참여정부 권력핵심부 구성원은 재야시절 민주화와 진보를 열망한 분들이므로 그럴 우려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민주당 조순형 의원의 평가처럼 "대통령은 말도 잘 하고, 머리 회전도 빠르고, 논리가 정연하여 그 앞에서는 직언하기 어려워 언로가 막힐 수 있다"면 위임민주주의의 부정적 개연성이 높아질 수 있다.
만일 핵심 구성원이 민주화 투쟁과정에서 맺은 '동지애' 때문에 코드를 중시한다면,온정주의적 사적관계에서는 의리있는 것으로 평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양한 이해관계로 맺어진 현대사회에서 나라를 통치하고 국민을 이끌기에는 너무 협소하고 편향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생각과 신념이 다른 사람과 집단도 서로 존중하며 공존할 수 있는 규칙과 통치술로 코드가 다소 다르더라도 원칙, 원리, 그리고 사실을 바탕으로 광범하게 의견을 수렴하는 적극적 참여정치가 이룩되기를 바란다. 다양한 코드를 지닌 경우에도 통합과 포용, 전문성과 경륜, 그리고 강력한 개혁의지를 존중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일관성과 효율성을 지향하는 코드정치가 결코 부정적 이데올로기로 증폭돼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chchon2003@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