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읽는 '땅'이야기] <4> 길이 없으면 가지 마라

S대 Y교수(45)는 작업실을 겸한 전원주택을 짓기 위해 경기도 용인시 이동면 농지 1천평을 평당 20만원에 매입했다. 뒤쪽에는 산,앞에는 저수지가 있는 전형적인 배산임수형 집터였기에 기분 좋게 사들였다. 그러나 즐거움도 잠시. 전문가로부터 이 땅은 진입로가 없는 땅,즉 맹지여서 전원주택을 지을 수 없다는 말을 듣고 크게 실망했다. 알고 보니 Y교수는 동네 이장이 집을 짓게 해준다는 말만 믿고 이 땅을 매입했다. 그러나 계약서 어디에도 이런 내용은 들어있지 않았다. 소개를 해준 이장은 중개인이 아니어서 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 또 무허가 중개행위이지만 수수료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법적으로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한마디로 Y교수는 이장에게 사기를 당해 농사밖에 지을 수 없는 땅을 시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사들인 것이다. 낙향해 살 땅을 찾고 있던 L씨(58)는 경기도 가평에 있는 단지형 전원주택지 5백80평을 평당 7만원에 분양받았다. 전원주택 부지로 이어지는 농로가 있어 진입도로는 확보된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이 도로는 지적도상 도로로 구분돼 있지 않은 사유지여서 전원주택을 분양받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없었다. 전원주택 분양업체가 도로를 확보하기 위해 진입로 개설 예정부지의 소유주와 접촉해 봤지만 가격을 너무 높게 불러 진입로 개설이 불가능했다. L씨는 분양업체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땅값은 고스란히 날리고 말았다. 전원주택용 땅뿐만 아니라 어떤 땅이든 마찬가지다. 진입로가 없으면 쓸모가 없다. 그래서 시골 땅을 살 때는 가장 먼저 진입로 확보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도시에서는 일단 길이 나 있으면 사도(私道)라도 막지 못한다. 그러나 시골에선 아니다. 지적도상 도로로 구분돼 있어야 한다. 게다가 시·군에 따라선 지적도상 도로라고 하더라도 사유지이면 이용할 수 없는 곳도 있다. 다만 진입로 개설 예정지를 매입하거나 토지주에게 사용승낙서를 얻어 진입로를 확보할 수 있다면 맹지를 매입해도 상관없다. 진입로 개설 예정지를 매입할 때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이 높아지는 만큼 초기에 신속하게 매입해야 한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 도움말=진명기 그린하우스21대표 (02)418-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