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부모가 모범이 되는 교육 .. 김영훈 <회장>

'강남 아파트''홈쇼핑 이민 상품''기러기 아빠'. 신문 방송을 통해 자주 등장하는 말들이다. 그런데 공통점이 있다. 바로 자녀 교육이다. 강남의 아파트가 비싼 것은 우수한 교육 환경에 대한 프리미엄이 붙어 있기 때문이고,홈쇼핑 이민 상품이 이목을 끈 것 역시 자녀 교육 때문에라도 이 나라를 떠나고 싶은 사람이 많아서라고 한다. 자녀의 조기 유학을 위해 처자식을 외국으로 보내고 고국에 혼자 남아 있는 가장을 가리키는 기러기 아빠는 어느새 신조어로 자리잡았다. 자녀 교육에 쏟는 정성에 뭐라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자녀 교육이 도를 지나쳐 수단과 방법만이 강조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것이 너무 경제적인 면에만 치우치는 듯한 느낌이다. 물론 그런 것들이 모두 중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자녀가 어떻게 변하기를 기대하고,또 그렇게 만드는 데만 신경쓸 게 아니라 부모 스스로가 자녀 교육을 위해 진정 필요한 게 무엇인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내 경험상 자녀 교육에 가장 효과적인 것은 부모가 모범을 보이는 것이다. 어려운 가정 환경 때문에 고등학교를 채 졸업하지 못하셨던 선친께서는 뒤늦게 일본 유학을 가시는 등 공부에 대한 열의를 보이셨다. 만약 내게 지적 호기심이란 게 만들어졌다면 그건 몸소 실천하셨던 선친의 영향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선친께서 내게 주신 가장 큰 선물은 공부할 기회를 많이 만들어 주신 것이라고 자부한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다. 부모는 또한 자식의 거울이다. 부모가 스스로를 어떻게 교육하느냐에 따라 자식도 그렇게 닮아갈 것이라는 생각이다. 아이들에게 존댓말을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늦게 결혼한 탓에 내 아이들은 아직 다들 어리다. 그런데도 난 어린 아이들에게 꼬박꼬박 존댓말을 쓴다. 아버지인 내가 존댓말을 써줌으로써 아이들이 스스로를 더 존중하게 될 뿐더러 아이들이 부모의 생각이나 권위에 눌리지 않고 자유롭게 자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이들의 버릇없음이나 외골수적인 면을 방치해서는 곤란하다. 부모에게는 자식을 사랑하는 만큼 옳고 그름을 인식시켜줄 책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진정 자식을 사랑하는 것이 아닐까. '매를 아끼는 것은 자식을 미워하는 것이라,자식을 사랑하는 자는 근실히 징계하느니라'는 성경 말씀을 되새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