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문화적 차이 이해하기 .. 마르코스 고메즈

독일에서 한국 부임을 준비하는 동안 나와 내 아내는 바이엘의 인사정책에 따라 한국 문화와 한국어를 집중 공부했으며,사업상 알고 지냈던 한국인 친구들로부터 한국에 관한 조언도 들었다. 그들의 조언 중에는 '이것이 바로 문화적인 차이로구나'하는 부분들이 있었는데,예를 들어 서양인의 대화방식이 한국인들에게는 너무 직접적(direct)인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것들이었다. 얼마 전 독일 대학에서 수학하는 한국인 박사가 독일인과 한국인들의 사고,행동방식의 차이점에 관해 쓴 글을 읽었는데 참으로 흥미로운 것이었다. 첫째 독일인들은 너무 정확성을 추구한 나머지 사소한 사항까지도 일일이 질문하고 분석하는데,이것이 한국인에게는 신뢰의 결여로 느껴지고 통제를 받는다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둘째 독일인들의 대화방식은 적나라한 사실을 기초로 효율적인 대화를 하고자 매우 직접적인 방식을 취하는데,이는 한국인들에게 매우 불손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독일에서는 상관이 담당자가 어떤 과제를 정확히 수행하는지를 점검할 수는 있으나 대신 책임을 지거나 그 일에 관여하는 일이 거의 없는데,이것이 한국인들에게는 '독일인들이 직원들에게 항상 질문과 동기를 요구한다.독일 상관은 스스로 업무를 처리하지 못한다.독일 상관은 정확한 지시를 내린 적이 없고 직원이 감당하기 어려운 과도한 책임을 요구하는 것으로 느낀다'는 것이다. 나는 이 글을 사내 중간관리자급 이상 직원들에게 e메일로 보냈다. 하지만 그 다음 날 30대 초반의 직원이 보내온 e메일 내용은 매우 뜻밖의 것이었다. 그의 논점은 그 박사의 글을 1백% 뒤집는 것이었는데,한국사회도 글로벌화돼 인간적 신뢰를 바탕으로 일을 하기보다는 어떤 일의 계획과 차질없는 수행을 중요하게 여기며,대화는 효율적인 결과를 얻기 위해 다소 불편하더라도 직접적이 돼야 하고,그리고 무엇보다도 본인은 회사내에서 자신에게 주어지는 임무의 '독립성(independence)'을 즐긴다는 것이었다. 그는 덧붙여 그 박사의 조사는 한국 신세대들의 경향을 포함하지 않은 글이라는 주장도 덧붙였다. 이 e메일로 인해 하루하루 빠르게 변화하는 한국사회를 간단히 기술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하고 생각했다. 세대간의 차이,그리고 문화적인 차이를 이야기할 때는 정답이 없다. 다만 새로운 것을 얼마만큼의 포용력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