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단지 30돌] 정부 출연연구소 기술개발 성공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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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연구단지내 정부 출연연구소들이 한국의 첨단 과학기술 개발의 역사를 새로 썼다.
19개에 이르는 정부 출연연구소는 지난 30년 동안 정보통신 항공우주 생명공학 화학 기계 소재 등 분야에서 눈부신 신기술 개발의 성과를 일궈냈다.
이같은 성과는 기술 후진국 한국을 기술 강국으로 도약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출연 연구소들은 78년 4월 표준연구소 화학연구소 선박연구소를 시작으로 대덕에 본격적으로 입주했다.
이후 80년대에 6개,90년대에 6개의 출연 연구기관이 대덕에 둥지를 틀었다.
현재는 19개 출연 연구소의 6천5백여 연구원들이 기술개발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출연연구소들로 부터 쏟아져 나온 신기술들은 국내 경제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1만3천여건의 국내외 특허를 획득,이 가운데 1천53개 기술을 2천2백여개 기업에 이전했다.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등 7개 주요 기술의 개발을 통해 창출된 시장 규모는 1백6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6백여건의 특허를 등록,3백여개 기술을 국내외 기업에 이전했으며 한국화학연구원은 지난해말까지 1백51건의 연구결과를 산업화해 2조7천억원 규모의 시장을 창출했다.
대덕 정부출연연구소가 지난 30년 동안 선보인 대표적인 사례들을 소개한다.
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
1) CDMA(부호분할다중접속)
우리나라를 이동통신 강국으로 이끈 기술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외산 장비 일색이었던 아날로그 이동통신 시스템을 대체할 디지털 이동통신 시스템의 확보를 위해 지난 91년부터 기술 개발에 본격 나섰다.
미국의 퀄컴사가 보유하고 있던 CDMA 기술은 당시만 해도 겨우 개념만 정리된 수준이었다.
기술 개발에 나선 것 자체가 대단한 모험이었다.
그러나 96년 1월 세계 최초로 CDMA 디지털 이동통신 시스템의 상용화에 성공함으로써 우리나라는 마침내 이동통신 기술 종속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2) 우리별 1호
한국 국적의 최초 위성으로 92년 8월11일 발사됐다.
우리별 1호는 무게 48.6kg의 소형 위성이지만 우주 개발에 관한 국민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이끌어 내며 우리나라 우주개발 역사의 첫 페이지를 장식했다.
우리별 1호의 발사 성공으로 우리나라도 비로소 우주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수 있게 됐다.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는 89년부터 3년간 영국의 서리대학과 함께 공동으로 이 위성을 개발했다.
3)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
우리나라가 자력으로 설계해 건설한 최초의 연구용 원자로로 국내 원자력 연구개발 역사에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나로는 85년부터 95년까지 10여년에 걸쳐 한국원자력연구소에서 개발됐다.
30MW의 열출력을 가지며 여기에서 나오는 고속의 중성자를 이용해 의료용 및 산업용 방사선동위원소를 생산하고 있다.
또 핵연료의 성능시험,원자로의 재료 개발,중성자를 이용한 첨단 신소재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4) 과학관측로켓 과학1호
과학1호(KSR-I)는 순수 우리 기술로 만들어진 첫 로켓이다.
지난 93년 6월4일 충남 서해안 안흥시험장에서 발사된 과학1호는 3백88km 고도에 도달,1백90초 동안 오존층의 관측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제작한 이 로켓은 길이 67m 직경 42cm 무게 14t으로 약 50㎏의 과학 관측장비를 탑재했다.
우리나라는 과학1호의 발사 성공으로 인공위성을 우주까지 쏘아 올리는 발사체를 자력으로 개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5) 활성산소로 인한 단백질 구조변환 규명
국내에서 수행된 연구로는 처음으로 세계적 과학잡지인 '셀(Cell)'지에 발표된 것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류성언 박사가 수행한 이 연구는 활성산소 스위치 단백질인 '옥시-R' 전사 인자의 환원된 상태(비활성화 상태)와 산화된 상태(활성화 상태)의 3차 구조를 규명했다.
활성산소가 단백질의 3차 구조를 완전히 바꿀 수 있으며 이러한 구조 변환이 세포 기능의 효과적인 변환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활성산소의 세포기능 조절 메커니즘에 관한 증거를 제공,활성산소 연구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6) 무공해 합성세제용 제올라이트(Zeolite)
환경 오염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합성세제 원료로 한국화학연구원 이정민 박사팀에 의해 89년 개발됐다.
이 박사팀은 이 재료 개발에 연속 유동식 저온 유화법을 적용해 제올라이트 결정 입도를 제어하는 제조법을 이용했다.
이렇게 제조된 제올라이트 합성세제는 높은 세정도를 가질 뿐 아니라 호수나 하천의 오염을 크게 줄여준다.
이 원료 국산화로 연간 1억달러 상당의 수입대체 효과를 올렸다.
7) 연료전지 자동차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97년 대우자동차와 공동으로 자동차용 10kW급 고분자 전해질형 연료전지(PEMFC) 연구에 착수,2000년 개발에 성공했다.
대우자동차는 이 연료전지를 대우 미니밴 레조에 적용,국내 최초로 연료전지 축전지 결합형 자동차인 'DFCV-1'을 개발했다.
실주행이 가능한 연료전지 자동차를 개발한 것은 다임러크라이슬러 포드 등에 이어 아홉번째다.
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