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산 불 .. 최종수 <산림청장>

4904js@foa.go.kr 가을이 되면 산은 울긋불긋 아름답게 단풍이 들고,많은 사람들은 이 경치를 즐기려 산을 찾는다. 국토의 64%인 그 넓은 산이 주말이면 비좁아 오르고 내려갈 때 서로 부딪치기도 한다. 산림 공무원인 나는 붉은 단풍이 물든 가을 산을 바라볼 때면 산불을 생각하곤 한다. 산불은 가을에 시작해 눈이 올 때 잠시 쉰 뒤,봄에 크게 난다. 과거 숲이 울창하지 않았을 때는 산림에 가연물질도 적어 산불이 발생해도 산불의 세기가 비교적 약해 진화가 쉬웠고,또한 피해 규모가 작은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의 산불 양상은 크게 바뀌어 산불이 발생하면 대형화하는 경향이 있다. 2000년 동해안 일대의 산불은 서울 남산 면적의 거의 80배가 되는 약 2만4천ha의 산림을 파괴했다. 기록상으로도 최대 산불피해 면적이었다. 산불이 진화된 후 피해 조사차 1주일간 현장을 샅샅이 조사했다. 모든 것이 시커멓게 타서 잿더미로 변하고 마을까지 집어삼킨 산불피해를 보면서 산불의 무서움과 피해를 실감했다. 또 하나의 산불은 지난해 충남 청양·예산지역 산불이다. 서해안 지역에서는 산불이 크게 나지 않는다는 것이 정설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단 하루만에 2천ha 넘게 산을 태웠다. 이제 우리 주변의 산림은 우리 국민들의 노력으로 울창한 숲이 되었다. 그러나 미처 솎아베기를 하지 못해 나무가 과도하게 밀생된 지역도 많다. 그만큼 산불의 위험이 높고 피해규모도 커진다. 산불 방지의 첫 번째는 불이 나지 않도록 홍보하고 단속하는 것이다. 홍보는 신문·방송 등을 통해서 하고,단속은 공무원과 산불감시원이 한다. 산에서 담배를 피우는 등의 위험 행위를 하면 엄중 처벌하라고 단속공무원에게 주지시킨다. 특히 강조하는 것은 위반자를 적발하면 훈계 방면하지 말고,반드시 과태료를 물려 산불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라고 지시한다. 매년 산불발생 위험시기가 되면 단속활동을 강화한다. 그런데 단속 결과를 보면 과태료 부과실적이 미미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직원에게 그 이유를 물으면 그 대답은 거의 동일하다. "가난한 시골 사람에게 비싼 과태료를 어떻게 물릴 수 있습니까? 훈계 조치로 끝냈습니다." 엄정한 법집행보다 정으로 가득 찬 대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