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9일자) 한·중·일 FTA 구체화 방안을

한·중·일 정상이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14개항의 공동선언을 채택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대화를 통한 북핵문제 해결 등에도 합의했지만 무엇보다 경제분야 협력강화를 위한 밑그림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EU(유럽연합) NAFTA(북미자유무역지대)에 이어 아세안 10개국도 통합시장을 만들기로 하는 등 세계경제가 블록화돼가는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3국간 협력체제 구축은 긴요하다고 본다. 3국은 상호투자를 확대하고 금융안정에 협력키로 하는 한편 쉬운 분야부터 시작해 협력의 깊이를 확대해 간다는 기본전략도 제시했다고 한다. 협력 방안에는 대학 학사기록과 학위 학점의 상호인정 등 구체적인 것까지 포함돼 기대를 갖게 한다. 특히 FTA(자유무역협정) 체결과 관련된 공동연구의 진전을 평가하면서 '적절한 시기에 더욱 긴밀한 경제적 파트너십의 방향을 모색한다'고 합의해 원론적이긴 하지만 공동시장 구축의지를 분명히 했다. 투자협정과 관련해 비공식 공동연구를 개시하고 3국간 연계관광을 개발키로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3국의 경제협력 강화는 당연한 것이고 마침 노무현 대통령도 동북아시대를 주창하고 있다. 하지만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해서 FTA가 순조롭게 진행될 것임을 뜻하지는 않는다.한·중·일은 경제발전단계와 시장개방 수준이 크게 다르고 과거사 문제도 남아 있다. 협상이 진전되는 과정에서 많은 난관에 부딪칠 것이란 뜻이다. 한·칠레 FTA가 난항을 겪는데서 알 수 있듯 FTA가 국내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특히 한·중·일 3국간이라면 예측하기 힘들 정도의 파급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이익도 크겠지만 손실도 만만찮을 것이다. 농산품은 중국에 일방적으로 잠식당하고 공산품은 일본에 밀리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농업 등 일부 분야의 거센 반발도 예상된다. 하지만 FTA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대세임이 분명하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이를 현실화시킬 수 있는 구체적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