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집값은 천정부지로 오르는데…] 강남 서민들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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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집 한 채 가지고 살아왔는데 투기꾼으로 매도당하니 어처구니 없습니다."
"우리가 집값을 올린 것도 아니고 정부정책 실패 때문인데 왜 강남 사람들을 속죄양으로 몹니까."
"강남에 산다면 '부동산으로 돈 번 가진 자들'로 치부되는 바람에 친구 사이에도 '이질감'이 생길 정도입니다."
요즘 강남 중산층 서민들은 잔뜩 화가 나 있다.
강남구 역삼동 단독주택에 사는 김모씨(48)는 "요즘 같아선 강남에 산다고 어디가서 말도 하지 못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강남에 산다=투기꾼이다'라는 등식이 워낙 만연해 있어 사는 곳이 강남이라는 얘기를 꺼내기도 어렵다는 하소연이다.
김씨는 "20년 가까이 강남에 살면서 새로 이사할 집을 사려고 기존 집을 팔기는 했어도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이득을 얻기 위해 매매한 적은 없다"면서 "'토박이' 강남 주민 대부분이 집 한 채 가지고 살고 있는데 강남 주민 전체를 투기꾼인양 몰아붙이는 분위기에 질려버렸다"고 말했다.
개포동 주공아파트의 박은희 주부는 "양재동에 장화 신고 들어와서 아직까지 이사 한번 않고 살고 있는데 투기꾼이 웬말"이냐면서 "몇 채씩 재건축 아파트를 사모으는 사람들이나 투기적인 거래를 부추기는 일부 악덕 중개업소들이 주민들의 눈에는 훤히 보이는데 당국자들은 투기를 제대로 잡을 생각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자녀 교육을 위해 강남에서 전세를 사는 경우는 더욱 어렵다.
은평구에 있던 38평형 아파트를 팔고 서초동 32평형에서 전세를 살고 있는 주부 양모씨(37)는 "처음 전세로 올 때만 해도 돈을 아껴 저축하고 맞벌이도 시작해 강남에 내집을 마련할 작정이었지만 요즘 하루가 다르게 값이 오르는 것을 보고서는 포기해야 할 판"이라며 씁쓸해 했다.
양씨는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막겠다고 양도소득세와 보유세를 중과세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세금 전가로 가격만 다시 올리고 실수요자 부담만 늘릴 것"이라고 단언했다.
강남 수서지구에 32평형 아파트를 갖고 있는 직장인 엄모씨(41)는 "부동산 보유세를 대폭 강화하면 지금 월급으론 감당하기 힘들어 다른 곳으로 이사해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강남아파트 대부분은 투기꾼 손에 들어간다는 얘기"라고 분개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주변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재건축 중대형 가구수 축소조치 이후 기존 아파트 중대형값이 뛰었고 이는 다시 재건축의 기대가치를 높여놓는 '연쇄반응'을 일으켰다"면서 "이것이 정책실패 때문이지 어떻게 강남 중개업소나 주민들 탓이냐"고 반문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