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일자) 生保상장 미루기만 할 일인가

생명보험사 상장에 대한 결론을 또 유보한 것은 한마디로 금융정책당국의 직무유기다. 15년동안이나 미뤄온 해묵은 숙제를 또 미룬다니 이 문제를 도대체 언제까지 끌고가겠다는 것인지 답답할 뿐이다. 생보사 상장은 본질적으로 금융정책 당국의 판단 문제다. 어떻게 결론을 내더라도 논란이 없지 않을 성질의 것이기 때문에 금감위도 부담스러우리라는 점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계속 미룬다는 것은 책임감 있는 정책당국의 자세가 아니다. 법과 상식을 바탕으로 판단해 매듭을 지어야 한다. 이 문제는 냉정히 따지면 복잡할 것도 없는 사안이다. 생명보험사가 주식회사인 이상 상장 차익이 전적으로 회사와 주주 몫일 수밖에 없다는 것은 현행법상 너무도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생명과 교보생명 상장 차익을 계약자에게 배분하라는 요구가 나온 까닭도 우리는 알고 있다. 생명보험사가 그 성격상 상호회사 측면이 강하다는 점, 삼성·교보생명 등이 생보사 신규진입을 불허하는 정부의 과보호 아래에서 성장해 왔고,만성적 인플레 시대에 계약자 희생이 필지(必至)인 환경 아래에서 오랜 기간 계약자 배당도 하지 않았다는 점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 이 시점에서 두 회사의 상장 차익을 계약자에게도 나눠주라고 강요하는 것은 비논리다. 그렇게 하기 위해 특별법이라도 만들자는 주장도 없지 않은 모양이지만 한마디로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산업보호정책에 따라 소비자(계약자)가 희생됐다고 해서 유독 생보사에만 상장 차익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백보를 양보해서 생보사의 상호회사적 성격을 감안해 그런 특별법의 당위성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삼성·교보에만 그런 불이익을 강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문제는 두 회사에만 국한된 문제다. 동일한 조건에서 영업을 했던 생보사중 일부는 외국인에게 넘어갔거나 제3자에게 시장가격으로 인수돼 먼훗날 상장되더라도 그 차익 배분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삼성·교보에 대한 상장 차익 배분 요구는 경영을 잘한 자에게 제재를 가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얘기가 된다. 시장논리에 어긋나는 것은 두말 할 나위도 없다. 이런 저런 점을 감안하면 두 회사 상장문제에 대한 정책당국의 선택은 달리 방법이 있을 수 없다.제조업체나 다른 금융업종 회사들의 상장과 똑같이 처리하는 것이 당연하다. 상장요건을 충족하면 상장되도록 하면 된다. 상장 차익 배분에 깊이 간여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상장을 전제로 한 재평가 차익에 대해 법인세를 물리겠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 정부가 상장을 못하게 해놓고 지금 와서 상장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산세까지 합쳐 엄청난 세금을 매긴다는 게 있을 수 있는 얘기일까. 거듭 말하지만 정책당국은 법과 상식을 바탕으로 생보 상장 문제를 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