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존경하는 인물 만들기 ..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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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이후 우리나라는 커다란 정치적 성장과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루었다.
그러나 만일 우리나라 사람에게 '존경하는 인물이 누구인가'라고 물으면 외국인이나 역사 속의 인물은 쉽게 말할 수 있어도 현재 살아있는 사람 중에 존경하는 인물을 생각해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외국인이나 역사 속의 인물은 아무리 위대한 업적을 이루었더라도 시대와 공간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 나도 저런 사람이 되겠다'는 현실감을 갖기가 어렵다.
존경하는 사람은 가장 가까운 곳에 생존해 있어야 한다.
늘 그 사람을 보고 그 사람의 행동이나 생각을 본받을 수 있어야 그 사람을 통해 자신의 생활을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선진 사회일수록 존경받는 인물들이 많다.
빌 게이츠를 보면서 자란 미국 아이들은 그가 하는 일의 전문성이나 사회공헌 활동을 보면서 그를 존경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와 같은 일을 하겠다는 구체적 꿈을 갖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는 정말 존경할 만한 인물이 없는 것일까?
우리나라에도 훌륭한 정치인 기업인 학자 등이 많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있는 사람 중에 존경하는 인물이 누구냐고 물으면 쉽게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좋은 사람이 있더라도 어떻게 해서든지 그의 잘못된 점을 들춰내려는 우리 사회의 경향도 존경하는 인물을 찾기 어려운 원인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오늘은 누가 무슨 사고를 냈을지 조마조마하게 뉴스나 신문을 보는 상황에서 국민들의 정신이 성숙해지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마음의 여유가 없고 모든 사람들이 나쁘다는 적대적 인식이 팽배한 사회에서 존경할 만한 인물을 찾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사회에서는 존경하는 인물을 만들어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기업인은 건전한 경영 활동을 통해 국가 경제를 일으키는 사람이라는 제대로 된 기업인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정치인도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고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훌륭한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모범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주는 자세와 그 사람에 대한 애정을 갖고 지켜주는 포용력이 필요하다.
존경하는 인물이 많아질 때 우리 사회도 발전한다.
아이들이 존경하고 따라할 수 있는 훌륭한 인물이 많아지는 것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이고 살아있는 교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