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읽는 땅이야기] (13) 땅위에 무엇이 있나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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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금융권에 다니던 K씨(36)는 땅 투자를 통해 자기 돈 한 푼 없이 11억4천만원을 번 경험이 있다.
고향에 전원주택을 마련하고 싶었던 그는 3년 전 법원 경매시장을 찾았다.
싼 값으로 전원주택을 마련하는 데는 경매시장이 최고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K씨는 경매정보지를 보던 중 특이한 물건 하나를 발견했다.
감정가가 3억5천만원인데도 지속적으로 유찰돼 7천만원 정도면 살 수 있는 7천6백평짜리 임야(옛 준농림지)였다.
권리관계가 비교적 깨끗해 가격이 이처럼 떨어질 이유가 없어 보이는 데도 이상하게 유찰에 유찰을 거듭한 물건이었다.
현장 조사를 해본 결과 유찰 이유가 산에 널린 돌 때문임을 알게 됐다.
일반적으로 지방자치단체는 임야에 자연석이 많으면 반출을 허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개발허가도 내주지 않는다.
그러나 K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군청에 자연석의 반출 가능여부를 문의했다.
그런데 군청 담당자는 선뜻 반출이 가능하다는 대답을 내놨다.
알고 봤더니 이 지자체는 농촌 인구 유치를 위해 웬만하면 전원주택 인·허가를 내주고 있었다.
대답을 들은 K씨는 이 땅을 7천4백50만원에 낙찰받았다.
그런데 자기 돈은 한 푼도 들지 않았다.
우선 자연석을 팔아 5천만원을 조달했다.
모두 트럭 1백대분의 자연석이 나왔는데 이를 대당 50만원에 팔았다.
또 은행 경매대출을 통해 3천만원을 마련했다.
자연석이 사라지자 K씨가 낙찰받은 땅은 평당 15만원(총 11억4천만원)을 받을 수 있는 전원주택 부지로 변했다.
그는 자신의 전원주택 부지를 제외한 5천평을 이 가격에 매도해 이익을 상당부분 실현했다.
땅을 살 때는 그 위에 무엇이 있는지도 반드시 살펴봐야 한다.
초보 투자자들은 지목 등 법률적 조건과 조망권 등 자연조건만 분석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땅 위의 나무나 돌도 놓치면 안된다.
땅 위에 조선소나무나 자연석이 많으면 개발 허가가 떨어지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땅을 잘못 샀다가는 평생 마음 고생을 하게 된다.
다만 지자체에 따라서 예외는 있을 수 있다.
K씨처럼 지방자치단체의 특수한 사정에 따라 개발 허가가 나는 사례도 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
도움말=진명기 그린하우스21 대표 (02)536-2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