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출석부

'출석부' 하면 학창 시절 선생님께 머리를 맞던 기억부터 떠올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유는 많다. 지각해서,문제를 못풀어서,떠들어서,수업료를 제때 못내서 등.체벌이 줄었다는 지금도 출석부는 자ㆍ나무에 이어 중ㆍ고생이 꼽은 체벌도구 2위에 올라 있다. 그렇다고 해도 출석부는 선생님과 학생을 잇는 중요한 통로다. 출석부엔 아이들의 이름 사진, 집주소와 전화번호 휴대폰번호 e메일주소까지 실린다. 선생님은 출석부를 통해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고 익히고,각각의 특성 학업태도 가정상황 등을 파악한다. 이런 출석부의 순서를 정하는 게 번호다. 출석부 번호는 학생에게 중요하다. 학년초는 물론 1년 내내 번호로 결정되는 일이 많은 까닭이다. "이 문제 풀어볼 사람"하고 물어 아이들이 쭈볏거리며 눈치만 보고 있으면 "1번과 끝번" 혹은 "11번 22번" 하고,공동평가를 위한 그룹도 1∼5번,6∼10번으로 나누고,수행평가를 위한 발표 역시 번호 순으로 시킨다. 초등학교의 출석부 번호가 생년월일 순에서 이름의 가나다 순으로 바뀐다는 소식이다. 앞번호 학생들이 뒷번호를 어리다고 놀리거나 따돌리는 일을 막자는 취지라고 한다. 예전엔 학년초 키 순서대로 번호를 매긴 적이 있었거니와 이런 경우 오랜 세월이 흘러도 1번은 땅꼬마로 기억된다. 번호가 개인적 특성을 드러낸 데 따른 부작용이다. 번호를 가나다 순으로 정하면 이런 문제는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출석부 번호를 매기는 방법까지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참견해야 하는 현실은 답답하다. 중요한 건 교사의 학생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고,번호 결정방식같은 건 학교에서 알아서 선택하도록 맡겨둘 수 있어야 할 터이기 때문이다. 번호는 편의를 위한 도구에 다름 아니다. 아이들은 번호보다 이름으로 기억되고 싶어한다. 교사의 믿음과 기대가 학생의 행동과 지적 발달을 좌우한다는,이른바 피그말리온 효과를 들먹일 것도 없이 아이들은 선생님이 이름을 불러줄 때 자신의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출석부 이름 옆에 특징을 적어 한달이면 반 아이들의 이름을 몽땅 외우던 선생님이 그리운 건 이런 이유에서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