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본격 골드뱅킹 시대 열리나

국제 금값이 치솟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국제 금값이 온스당 3백98달러대까지 올라 7년6개월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국제 금값이 급등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세계경기가 당초 예상보다 강한 회복세를 보임에 따라 산업용 금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과거 세계경기 회복 초기에 금 수요는 경기회복세보다 약 두배나 많았던 것이 관례였다. 아시아 지역의 재테크용 금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도 금값 상승의 배경이다. 오래 전부터 아시아 국민들은 금을 부(富)의 상징으로 여겨왔다. 달러가치가 약세를 보이는 것도 금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전통적으로 달러화와 금은 강한 대체관계가 형성돼 왔다. 특히 달러 강세기보다 달러 약세기에 대체정도가 더 강하게 나타나는 '비대칭성'이 존재하는 것이 실수요 이상으로 금값이 상승되는 요인이다. 이달 들어 국제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기존의 투자수단인 주식과 채권,부동산에 대한 매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도 금값 상승의 원인이다. 다시 말해 대안투자로서 사모펀드,헤지펀드와 함께 금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 상품시장의 현실이다. 당분간 국제 금값의 상승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경기 회복세가 예상보다 빠르고 경상수지적자를 비롯한 미국의 쌍둥이 적자로 달러표시자산에 대한 매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제금리의 상승세도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금값의 상승으로 대내외 금융시장에서는 본격적인 골드뱅킹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미 유럽과 미국에서는 골드뱅킹이 활성화된지 오래됐다. 갈수록 단순한 금계좌와 금대여 상품보다는 금스와프,금선물 등 금관련 파생금융상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대조적인 것은 미국은 금관련 파생금융상품 위주로 활성화되고 있으나 귀금속 세공업이 발달한 유럽에서는 세공업자 등에게 금을 빌려주는 금대여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이다. 아시아 지역에 있어서는 홍콩과 중국,인도에서 금계좌와 금대여 상품을 중심으로 골드뱅킹이 활성화되고 있는 것이 선진국과 맥을 같이한다. 일본도 지난 80년 종합상사인 다나카 기킨조쿠 고교가 금적립 플랜(GAP)이라는 상품을 처음 선보인데 이어 산와은행과 후지은행 등이 골드뱅킹 업무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는 어떤가.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교해서 골드뱅킹을 도입한 시기가 늦었고 목적도 다르다. 올 7월에야 정책당국이 그동안 밀수금 위주로 운영돼온 국내 금시장의 구조를 탈피할 목적으로 은행의 부수업무로 골드뱅킹을 허용했다. 다행히도 이달 들어 금값의 상승과 기존의 투자수단이 주춤하고 있는 데다 대선자금 수사 등으로 사회적으로 어수선함에 따라 거액자산가를 중심으로 골드뱅킹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도입해 수익을 얻고 있는 신한은행에 이어 대부분 시중은행들이 골드뱅킹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앞으로 골드뱅킹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정부는 은행들이 외국에서 금수입시 부담이 높은 관세면제 등의 혜택으로 밀수금과의 가격차를 줄여주고 까다로운 회계기준을 손질해야 한다. 은행들도 변화가 심한 금값의 특성을 고려해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될 수 있는 다양한 금관련 파생금융상품을 개발해 놓아야 본격적인 골드뱅킹 시대가 열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