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디지털TV 美서 떴다 .. 소니 옆에 진열해 놔도 잘팔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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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맨해튼 45번가에 있는 전자제품 매장 '하비'는 대당 5백만원이 넘는 고급 디지털TV와 오디오만을 판다.
50평 정도 밖에 안되는 고급 매장에 들어서면 소니와 삼성전자가 만든 디지털TV의 선명한 화면이 손님들의 시선을 붙잡는다.
"삼성 TV를 취급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1년 반 정도 밖에 안됐습니다.그전까지만 해도 소니에 비하면 삼성 TV 이미지가 워낙 좋지 않았거든요.불과 1∼2년이었습니다.
품질은 물론 소비자들에 대한 서비스가 획기적으로 나아졌죠.가격도 뛰었습니다."
세일즈 매니저인 렌 카피오는 "이 작은 매장에 삼성 TV 모델 9개를 갖춰 놓고 있다"며 "요즘 매출에 만족스럽다"고 흐뭇해했다.
삼성 디지털TV가 미국 시장에서 날고 있다.
올들어 9월까지 미국시장에서 판 디지털TV는 29만4천7백92대.
시장점유율 14.10%로 소니 미쓰비시에 이어 3위다.
아날로그TV까지 합한 전체 TV 순위에선 6위지만 삼성이 주력하는 디지털TV에선 작년 6위에서 세 단계나 뛰었다.
누계론 3위지만 월별 디지털TV 판매 대수에선 지난 6월부터 미쓰비시를 따라잡고 2위로 올라섰다.
특히 판매가격이 3천달러 이상인 고급 프로젝션TV에선 50%가 넘는 시장 점유율로 20%대에 그친 소니를 제쳤다.
삼성이 주력제품으로 내세우고 있는 DLP(디지털광프로세싱) 프로젝션TV는 가격도 3천9백99달러로 소니 제품(3천2백99달러)에 비해 20% 이상 비싸게 팔리고 있다.
LCD TV에서도 일본 샤프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PDP TV에선 3위에 올라있다.
맨해튼 유니온스퀘어에 있는 전자제품 전문 매장인 서큐시티의 세일즈맨 롭은 프로젝션TV 진열대로 기자를 안내했다.
그는 "여기에 있는 6개의 프로젝션TV 모델만 비교해보면 삼성의 DLP형과 소니의 LCD형이 인기가 높다"며 "DLP TV의 화질이 워낙 선명해 소니 옆에 진열해놔도 잘 팔려나간다"고 소개했다.
삼성이 미국시장에서 TV를 팔기 시작한 것은 25년 전.
다른 한국제품처럼 싸구려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해 줄곧 적자에 시달렸다.
흑자를 내기 시작한 것은 고작해야 작년부터다.
삼성은 올해 미국 디지털TV 시장 매출을 작년보다 배 늘어난 6억5천만달러로 예상하고 있다.
내년에는 10억달러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시장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오는 2005년 디지털TV 5백만대를 판매해 시장점유율 20%로 세계 디지털TV 시장 1위에 오른다는 목표를 세웠다.
17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디지털TV 신제품 발표회에서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 신만용 부사장이 밝힌 포부다.
그는 "디지털TV 비중을 전체 매출 대비 60% 이상으로 확대하고 현재 7%인 TV 부문 수익률도 내년에는 10%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뉴욕=고광철 특파원.강동균 기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