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일자) 설비투자가 관건이다

수출호조에 힘입어 10월 중 제조업 가동률이 6년6개월 만에 최고치인 81.1%를 기록했고 산업생산과 출하가 큰 폭으로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설비투자 감소와 민간소비 위축은 오히려 더 심화됐다고 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기업들이 경쟁력 약화에 대비해 해외, 그중에서도 인건비가 싼 중국으로 공장을 대거 이전하고 있고,정국불안과 내수위축을 감안해 적극적인 투자를 주저하고 있는 탓이다. 이대로 갈 경우 국내산업이 계속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고용증대와 청년실업 해소가 과연 가능할지 걱정스러운 측면이 없지 않다는게 우리 생각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한 TV 대담에서 "정치대립 상황이 심했을 때도 경제위축이 없었다"며 "내년에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는 내년 경제를 그렇게 낙관적으로 보지 않는다. 선진국 경제가 되살아난다고 하더라도 국내기업인들의 기업마인드가 계속 위축되고 그래서 투자를 기피한다면 경제가 나아질 까닭이 없다. 경제는 정책방향에 큰 영향을 받게 마련이고,국정을 운영하는 최고책임자의 현실인식은 바로 그런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보는 것은 물론 문제지만 근거없는 낙관은 무책임과 이어진다고도 볼 수 있다. 과거에는 정치적 긴장상황이 빚어져도 그 파장이 기업쪽으로 튀는 일은 없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정부측에선 투자와 소비의 회복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애써 낙관하고 있지만,카드부실과 신용불량자 문제 등 구조적인 불안요인을 감안하면 사정이 그렇게 간단치 만은 않다. 게다가 잦은 불법 파업과 대선자금에 대한 검찰수사 여파로 대기업들의 투지심리가 꽁꽁 얼어붙어 있어 당장 본격적인 투자 활성화를 기대하는 건 무리다. 공장가동률이 높아진 것도 지난 수년간 지속된 설비투자 침체에 따른 영향이 적지 않았던 것이고 보면,경기회복이 임박한 듯한 착시현상은 경계해야 옳다. 10월중 설비투자 감소폭이 전달보다 오히려 더 커졌고,백화점 매출이 작년 10월보다 무려 15%나 떨어져 5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사실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국가경제의 성장잠재력을 좌우하는 설비투자가 이런 식으로 계속 부진을 면치 못한다면 성장·고용의 불안은 물론이고 미국경제 호전 같은 절호의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인 만큼, 정부당국은 설비투자를 획기적으로 증대시킬 수 있는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