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영화보는 즐거움 .. 전미숙 <베베하우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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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숙
나는 학창시절 무슨 영화든 개봉하는 날 꼭 봐야만 직성이 풀릴 만큼 영화 마니아였다.
새 영화가 상영되는 주말 학교 수업이 끝나면 곧장 영화관으로 달려가곤 했다.
화제의 영화가 개봉될 때엔 몇시간씩 줄을 서서 표를 구하기도 했고,매진되었을 땐 두배 값을 주고 암표를 구해 영화를 보기도 했다.
그러나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부터 점점 영화 보는 횟수가 줄더니 회사를 경영하면서 부터는 그나마도 기회가 생기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난 주말 오랜만에 남편과 함께 영화관에 갔다.
무턱대고 영화관을 찾았는데 6개의 상영관을 갖춘 멀티플렉스 영화관인 덕분에 요즘 예매순위 1∼2위를 하는 영화가 모두 상영중이었고 1시간 정도 기다리자 다음 상영시간에 맞춰 영화를 골라 볼 수 있었다.
기다리는 동안 쇼핑센터에서 간단히 쇼핑도 하고 남편과 오랜만에 테이크아웃 커피 전문점에 들러 맛있는 커피도 마셨다.
부산의 도심인 남포동에 올망졸망하게 자리잡은 영화관을 주말이면 찾곤 했던 학창시절을 생각하면 정말 영화관 주변의 풍경이 참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그 남포동 거리가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부산국제영화제 덕분에 세계적인 영화의 거리로 주목받고 있으니 우리나라 영화산업의 발전도 참으로 눈부시다.
요즘 나는 가끔 집에서 인터넷 상영관을 통해 다시 보고 싶은 영화를 챙겨 보기도 한다.
책상 위의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여유로운 시간을 골라,평소에 보고 싶었던 영화를 마음껏 볼 수 있으니 참 편리했다.
그래서 요즘엔 집안에 홈시어터를 설치해 나만의 작은 영화관을 만들어볼까 하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TV가 널리 보급되면서 영화산업이 쇠퇴할 것이라는 말이 많았다.
그러나 영화관은 복합적인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고 홈시어터,인터넷영화관을 통해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는 첨단상품으로 변모해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다.
그야말로 하나의 상품이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어떤 모습으로 경쟁력을 획득하고 또 우리의 문화 자체를 어떻게 변모시키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모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