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봐라! 깨어나라..서울현대무용단 'EVE'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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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적 요소가 강한 작품을 선보여온 박명숙 서울현대무용단이 2003 연말공연 '이브(EVE)'를 오는 30,31일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올린다.
'이브'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햄릿''오셀로''맥베드' 등의 여자주인공인 줄리엣,오필리어,데스데모나,맥베드부인 등을 모티브로 남성 이데올로기에 의한 폭력의 비극성을 부각시킨 작품이다.
자신을 불신하는 남성에 대한 무기력한 반응과 저항,권력에의 지향,여성주의적 사랑에 대한 맹목적인 태도를 빛과 어둠,흑백과 원색의 선명한 대비로 풀어내고 있다.
전체적으로 밝고 경쾌한 화면과 격렬하면서도 섬세한 안무동작으로 작품 속 여주인공들의 색깔 있는 춤들이 돋보이도록 했다.
남성 무용수들의 화려한 테크닉도 볼거리다.
박명숙 단장은 "현대무용이 지루하고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함께 선사하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소재로 선택한 데 대해 "과거와 현재,동양과 서양의 한계를 뛰어넘는 탁월함에도 불구하고 남성주의에 함몰된 대표적인 작품의 하나"라며 "현대무용의 지역성을 극복하고 세계성과 보편성을 획득하는 데 적절한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박 단장은 우리 역사의 정체성과 그 내면에 흐르는 한(恨)과 인고의 정서를 현대 무용언어로 새롭게 형상화한 '고구려의 불꽃'(1991) '유랑'(1999) 등의 작품으로 주목받아 왔다.
또 여성의 꿈이 결혼에 대한 환상 속에서 배반당하는 과정을 치열한 춤의 언어로 재창조한 '혼자 눈뜨는 아침'(1993)과 남성이데올로기에 의해 억압당한 이름 없는 여성들의 상처를 달래는 진혼의 춤 '에미'(1996) 등 남달리 여성문제에 천착한 작품들로 무용계의 관심을 끌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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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