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코리아벨트' 뜬다] (7·끝) 끝나지 않은 '세계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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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에서 팔리는 자동차 5대 중 1대는 아직도 대우에서 만든 차다.
GM의 인수대상에서 제외된 대우차 루마니아의 크라이오바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들이다.
대우가 해체된지 만 5년이 지났지만 루마니아에서는 여전히 잘 나간다.
국내에서 단종된지 오래된 시에로(Cielo)가 이곳에서는 최고의 차로 통한다.
루마니아 수도 부카레스트 공항의 입국심사대에서는 지금도 "대우(Daewoo)"라고 말하면 여권을 보지도 않고 "웰 컴"이라고 말할 정도다.
올들어 이 지역에서 판매된 대우차는 모두 2만3천3백여대.
지난해 1만3천95대보다 78%나 급증했다.
시장점유율도 14%에서 21%로 올라서며 르노가 인수한 루마니아 국영자동차 회사 '다치아(DACIA)'의 39%를 추격하고 있다.
GM의 미인수 해외법인 중 한 곳인 이 곳 크라이오바 공장에서 근무하는 대우 본사직원은 단 4명.
본사 지원이 완전히 끊긴 상태에서 밀물처럼 밀려오는 외국자동차 메이커에 맞서 필사적으로 시장을 방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올해 2천5백억원이 넘는 이익을 잔존법인인 대우자동차에 송금하는 경이적인 실적을 올렸다.
부카레스트에서 서쪽으로 4백km 떨어진 흑해연안 망갈리아.
이 곳에 위치한 대우조선해양의 조선소도 유럽조선시장 공략의 교두보 역할을 성공적으로 해내고 있다는 평가다.
올해 사상 최초로 매출 1억달러 돌파가 확실시 되는 가운데 최근 6만9천t급 유조선을 수주하는 등 공격경영을 펼치고 있다.
대우일렉트로닉스도 지난해까지 유럽지역 생산거점의 구조조정을 끝내고 실지(失地)회복에 본격 나섰다.
폴란드와 스페인, 2곳의 생산거점을 축으로 내년에는 구주총괄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워크아웃으로 철수했던 루마니아에도 지사망을 새로 구축했다.
조성양 대우차 루마니아 대표는 "질풍노도처럼 치달았던 대우의 압축 성장과 허무하게 좌절된 세계경영의 경험을 아직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근차근 내실을 다져가며 전진의 발걸음을 다시 떼놓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부카레스트(루마니아)=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