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경제살리기, 국민이 나서야 .. 兪炳三 <연세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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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은 참으로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경제성장이 5%는 가능할 것으로 여기고 출발했건만 이제 와 겨우 2%대에 머무를 모양새다.
그나마도 당초 기대를 훨씬 넘어선 수출호조 덕분이니 참으로 실망스런 실적이 아닐 수 없다.
과연 무엇이 이렇게 저조한 실적에 이르게 하였는가.
북핵문제,사스,그리고 일기불순과 같은 외부여건의 어려움도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큰 요인은 내부에서 발생하였다.
정치의 극심한 혼돈과 격렬한 노사분규,그리고 각종 시위 등 사회적 갈등이 그것이다.
경제적 의사결정에는 미래의 여건에 대한 예상이 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장래가 불안하면 소비도 투자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경제에 과다한 불확실성은 독약과 같다.
80년대 중반 이후로 고질적인 문제가 된 노사분규는 금년에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데 큰 몫을 했다.
과격한 분규는 기업활동을 위축시켜 결국은 이해 당사자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
새로운 일자리의 창출을 저해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의 실업률은 3.4%의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특히 20대 청년층의 실업률은 그 두 배가 훨씬 넘는다.
그러나 경제성장이 2%대로 곤두박질친 주된 원인은 무엇보다도 정치권의 혼돈에 있다.
집권층이 법과 원칙을 지키고 공권력의 권위를 유지하는 데 실패한 것이 근본 원인이다.
이는 각종 사회적 갈등을 부추긴 결과가 되었고 경제를 억누른 불확실성이 되었다.
불행히 지금도 경제는 짙은 먹구름으로 뒤덮여 있다.
오랫동안 관행처럼 저질러진 불법정치자금 문제도 이를 파헤친 후 앞으로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방향이 제시되지 않고 있기에 그냥 하나의 큼직한 먹구름이 더해진 형국이다.
불확실성이라는 그림자는 소비와 투자도 위축시켰다.
국민의 정부가 취했던 소비진작을 통한 경기부양 시도는 가계부채를 크게 늘려 가구당 부채가 3천만원에 이르고 신용불량자도 10월말 현재 3백60만명이나 된다.
이 숫자는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약 15%나 되는 큰 규모로서 범죄나 자살건수가 급증하는 등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투자 역시 극히 저조하다.
특히 경제성장의 잠재력을 확충하여 미래의 번영을 약속하는 설비투자는 마이너스의 성장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지금의 경제는 외환위기 당시에 못지 않게 심각하다.
다행히 수출은 근래 20%를 넘는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우리 경제에서 유일하게 잘 풀려 가는 모습이다.
그리고 새해 세계경기는 상승국면을 탈 것이 거의 확실하기에 이 기조는 당분간 낙관해도 좋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수출호조의 기회를 어떻게 잘 활용하여 경제를 살리느냐다.
그냥 두어도 개선이야 되겠지만 단순히 옆 걸음에 비유될 만큼 더딜 것이다.
내수 회복이 매우 더디기 때문이다.
이를 가속할 경제정책도 마땅치 않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대규모 재정정책을 쓸만한 재원 마련이 어려워졌고 금리는 이미 바닥 수준이다.
상황이 이러니 국민들의 역할이 절실하다.
특히 심각한 가계부채에 시달리고 있는 약 30%를 제외한 중산층 이상의 시각이 중요하다.
바로 국산품을 사용하는 일이다.
오늘날 국산품만을 사용해달라는 것은 지나친 청임에 틀림없고 그리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지금 우리 경제는 순탄하게 흐르고 있지 않다.
단 6개월 정도라도 국산품을 보다 많이 쓰고 되도록 해외 대신 국내여행을 하시라.소비를 줄일 필요는 없다.
다만 돈이 국내 기업으로 흐르게 하자는 것이다.
새해 경제는 5%정도 성장하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전망이다.
여기에는 정치권이 조금은 정신을 차릴 것이라는 기대도 담겨 있다.
그러나 그 일은 어찌되든 경제는 결국 국민의 손에서 굴러간다.
그렇기에 하릴없는 비난과 원망보다는 우리들이 상황을 인식하고 뭔가 조금씩 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다 정치권과 노사가 정신차리면 8%,9%도 꿈이 아니다.
한국계량경제학회 회장 bsyoo@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