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읽는 땅 이야기] <21> 한계령에 평당 100만원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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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가인 C씨(56)는 10년 전 강원도 오지의 땅을 샀다.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필례약수 인근의 땅으로 1만5천평을 평당 5만원에 매입했다.
어느 정도 생활에 여유가 생기면서 자연도 즐기고 장기적인 투자도 할 겸 이 땅을 샀던 것이다.
하지만 C씨가 땅을 살 당시만 해도 주변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산세가 험하고 교통여건이 나빠 오지 여행가나 가끔 찾는 곳에다 땅을 샀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주변의 시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주변 사람들은 여름 휴가철이면 이곳에 한번 데려가 달라고 졸라대고 땅값은 평당 1백만원을 넘는다.
어떤 사람들은 강원도 오지 땅이 무슨 1백만원이 넘느냐고 비웃는다.
하지만 막상 현장을 가보면 대부분 고개를 끄덕인다고 한다.
이 처럼 이 땅의 평가가 달라진 것은 주변 어느 땅과도 바꿀 수 없는 희소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C씨가 매입한 땅은 설악산의 주요 고봉(高峰) 중 하나인 가리봉 자락에 자리잡고 있다.
한쪽으로는 설악산 국립공원이,다른 쪽으로는 대규모 천연보호림이 감싸고 있다.
국립공원과 천연보호림이 자신의 정원인 셈이다.
이 정도의 정원을 인위적으로 꾸미려면 천문학적인 돈이 들 것이다.
험한 지형과 계곡의 영향으로 여름 기온은 인근지역보다 10도 이상 낮다.
한여름에도 더위를 느낄 틈이 없다.
주변 봉우리들이 이 땅쪽으로 모이는 형상이어서 풍수지리학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시해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 부장이 이곳에 별장을 가지고 있었다.
또 주변 산엔 산삼이 많이 난다고 한다.
그런데 심마니들이 입산하기 위해선 반드시 이 땅을 거쳐야 한다.
다른 길은 없다.
그래서 심마니들은 산을 내려올 때 통행료 명목으로 산삼을 한뿌리씩 주고 간다고 한다.
최근들어 인근의 필례약수가 알려지면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더욱 늘고 있다.
길도 넓어져 필례약수 주변에는 제법 규모가 큰 숙박시설과 분위기 있는 카페가 들어서고 있다.
C씨는 나중에 이곳에다 펜션을 지을 생각이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