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를 만들자] (2) '대기업노조 이기주의가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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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밥통 보장에 임금은 업종 최고 수준으로…'
매년 노사협상 때마다 대기업 노조들이 내거는 협상 전략이다.
경영 실적이 좋든 나쁘든 무조건 일자리 보장에 고율의 임금 인상을 요구한다.
이처럼 매년 반복되는 노조의 무리한 요구는 파업으로 이어지고 결국 힘의 논리에 밀린 회사는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노조에 백기 투항하기 일쑤다.
지불 능력을 무시한 막무가내식 노동운동은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일자리를 없앤다는데 문제가 있다.
내 몫만 챙기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노동운동이 변질하면서 계층간 임금구조가 왜곡되고 산업공동화 현상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기업들은 임금이 싸고 노사 갈등이 거의 없는 중국이나 동남아 등지로 공장을 옮기고 일감이 없어진 근로자들은 길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결국 노조 스스로가 자기 무덤을 파는 셈이다.
◆ 경색된 고용시장
민간 사업장 노조 가운데 최대 규모인 현대자동차의 지난해 노사협상 내용을 살펴보면 노조의 지나친 이기주의가 노동시장을 얼마나 경색시키는지 알 수 있다.
이 회사 노조는 지난해 47일간의 파업을 펼치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모두 얻어냈다.
우선 노조와 공동 결정을 거치지 않고서는 회사는 사실상 단 한 명의 근로자도 해고할 수 없도록 합의했다.
또 10%가 넘는 임금 인상으로 40세만 넘으면 연간 6천만원을 넘는 고액 연봉자들을 양산했다.
이 때문에 재계와 학계는 물론 노동계에서조차도 "이러한 추세가 계속되면 현대차가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노조의 집단 이기주의는 임금 상승과 철밥통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일자리 감소와 실업률 증가라는 악순환을 낳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대차 울산공장은 신규 채용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2002년 말 사원 6백명을 뽑은게 전부다.
그나마 정규직은 3백60명에 불과하고 2백40명은 비정규직으로 채워졌다.
물론 나머지 인력은 임금이 싼 하청업체 직원들로 메우고 있지만 노조의 과도한 요구를 들어주다 보니 고용시장이 경색될 수밖에 없고 생산현장에는 고령자들로 가득하다.
◆ 하청업체들 울상
대기업 노조가 내 몫만 챙기는 사이 죽어나는 것은 중소 하청업체들이다.
워낙 많은 것을 요구해 지불 능력에 한계가 있는 대기업들이 임금 인상분을 협력업체에 떠넘기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를 더욱 벌어지게 만들고 고용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근로자 5백명 이상 대기업과 영세기업 간 임금격차가 2배로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5백명 이상 대규모 사업장의 월평균 임금은 2백96만8천원인데 비해 5∼9명 사업장의 임금은 1백52만6천원에 불과했다.
대기업 근로자들이 고임금을 받으면서 배를 불리는 사이 중소업체 근로자들은 박봉에 허덕이는 것이다.
지난해 현대자동차의 장기 파업으로 인해 수십곳의 협력업체들이 부도 직전까지 몰리기도 했다.
유길상 노동연구원 박사는 "대기업 노조가 임금을 과다하게 올리는 것은 결국 하청업체에 전가돼 임금격차를 확대하고 고용시장을 왜곡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말했다.
◆ 감소하는 투자
'파업이 지지 않은 나라.'
전투적 노동운동이 세계적으로도 정평이 나있는 한국에 대한 외국 투자자들의 시각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은 지난해 인구 2천만명 이상 30개 경제권 가운데 한국의 노사관계 경쟁력을 맨 꼴찌에 올려 놓았다.
이 때문에 외국 자본의 한국 투자는 매년 감소하고 있고 해외로 나가는 국내 기업은 줄을 잇고 있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인의 직접투자액은 64억6천7백만달러로 지난 2000년 이후 4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윤기설 전문ㆍ하인식 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