汎현대가, 현대-KCC분쟁 중재 나선다

현대그룹 경영권 향방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범(汎) 현대가가 현대엘리베이터 주주총회를 앞두고 중재안을 제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극한 대립으로 치달아 온 현대그룹과 KCC 양측간 극적 화해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KCC 관계자는 9일 "범 현대가가 이번 경영권 분쟁 사태를 원만히 해결할 수 있는 중재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번 주말까지 중재안 제시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은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재계는 범 현대가가 구상 중인 주주제안의 골자는 현대엘리베이터 이사진에 중립적 인사를 기용한다는 내용인 것으로 보고 있다. 중립적 인사기용안을 양측이 받아들이면 현대그룹과 KCC는 화해를 통해 공동 경영형식으로 현대그룹을 이끌어갈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로 범 현대가는 현대엘리베이터에 주주제안을 내기 위해 증권예탁원으로부터 실질 주주증명서를 발급받았다. 특히 범 현대가는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에 대한 실질 주주증명서 외에 현대상선 실질 주주증명서까지 발급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주주제안을 통해 별도의 신임 이사진을 내세울 계획이었던 KCC측은 가능하면 범 현대가의 의견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범 현대가의 한 관계자는 "범 현대가 내부적으로 더 이상의 사태악화를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현재 양측간 감정의 골이 깊어져 있는 상태인 만큼 양측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은 중립적 인사가 중재자로 나서 사태를 매듭짓겠다는 게 범 현대가의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정황을 염두에 둔 듯 정몽근 현대백화점 회장은 지난 2일 "주총 전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범 현대가가 바람직한 중재안을 내놓는다면 기대해볼 만 하다"며 "그러나 아직 구체적 내용을 듣지 못해 입장을 밝힐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