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은기의 '골프와 경영'] 캐디와 고객 접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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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에 갈 때 다음 네가지 조건이 다 들어맞으면 최고로 기분이 좋아진다.
첫째 동반자가 누구인가?
둘째 날씨가 좋은가?
셋째 코스가 좋은가?
넷째 어떤 캐디를 만나는가?
이 네가지 조건중 동반자와 코스는 자신이 정하면 되는데 뜻대로 안되는 게 바로 날씨와 캐디다.
요즘은 기상정보 서비스가 좋아져 날씨도 어느정도 예측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진짜 예측 불가능한 것은 바로 캐디와의 만남이다.
일류 캐디를 만날 수도 있고 삼류 캐디를 만날 수도 있는데,그야말로 당일의 운세에 달려 있다.
어떤 캐디를 만나느냐에 따라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고 망가지기도 하지만 점수도 서너 점씩 왔다갔다 한다.
그동안 주위 골퍼들로부터 들은 만나고 싶지 않은 캐디의 유형을 몇 가지 소개한다.
첫째 얼굴 표정이 어둡다.
표정도 커뮤니케이션인데,어둡고 그늘진 표정을 보면 기분이 함께 우울해진다.
둘째 정보가 부정확하다.
그린까지의 거리,퍼팅 라인 등 기술적 요인을 잘 알고 있어야 하는데,이런 것이 부정확하고 심지어 스코어를 잘 못 기록하는 캐디도 있다.
셋째 습관적으로 재촉한다.
골프장에 따라서는 플레이가 지연되는 경우 캐디에게 페널티를 주고 있기 때문에 손님을 보면 무조건 '빨리 빨리'를 외치는 캐디가 있다.
헐레벌떡 달려가면 이번에는 앞팀이 밀려 기다리게 되고 이럴 때는 맥이 빠진다.
넷째 한박자 늦는다.
골프는 리듬과 템포가 중요하다.
슬로 플레이어가 답답하듯 슬로 캐디도 리듬을 끊어 놓는다.
다섯째 지나치게 말이 없거나 말이 많다.
언젠가 탤런트 김희선처럼 예쁘게 생긴 캐디를 만났는데,처음부터 끝까지 말을 안 하는 통에 고객들이 이 공주님(?)의 말문을 열게 하려고 고생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반면에 고객보다 캐디가 말이 많아도 정신이 산란해진다.
여섯째 차별대우를 한다.
한국 사람만큼 차별대우에 분개하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그런데 유명인사나 '얼짱'에게만 관심을 쏟거나 회원과 비회원을 지나치게 차별하면 분위기를 망치기 쉽다.
골프장 입장에서 볼 때 캐디는 가장 중요한 고객 접점이며 최일선 근무자다.
골프장 경영자나 골퍼들이 캐디의 자긍심을 최대한 높여 주어야 한다.
최고의 서비스는 최상의 자긍심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물론 골퍼들도 캐디를 진정한 동반자로 인정하고 존중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경영컨설턴트·경영학박사 yoonek18@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