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유럽계 외국펀드 대거 증시 유입] 실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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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유럽계 펀드가 주축이 된 신종 외국계 자금이 대거 국내 증시에 유입되자 이들 자금의 실체와 투자목적에 증권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동시에 선진국에만 투자해 왔던 글로벌펀드가 새로 유입되고 있다는 기대감과 단기차익을 노린 핫머니 유입에 대한 경계론이 상존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외국계 증권사 임원은 "최근 유입되는 외국계 자금은 투자기간이 짧고 신속하게 움직이는게 특징"이라며 "이는 그동안 국내에 투자해온 펀드들의 매매패턴과는 확실히 다르다"고 분석했다.
◆ 단기차익 노린 핫머니 유입 '우려'
노르웨이 투자회사인 편리폰즈는 지난해 6월 대한해운을 불시에 방문, 회사 자금담당자를 놀라게 했다.
처음 듣는 펀드일 뿐 아니라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는 얘기를 전했기 때문이다.
이 펀드는 그 후 불과 몇달여만에 대한해운 주식 94만여주를 대량 매집해 지분 9.44%를 확보했다.
이 후 편리폰즈는 주가 급등기를 이용해 세차례에 걸쳐 주식을 내다팔아 차익을 실현하면서 지분율을 2.99%로 낮췄다.
최근 신규 외국인 자금 가운데 이같이 단기투자수익을 노리는 헤지펀드가 늘고 있는게 사실이다.
한 외국계 증권사 임원은 "국내증시에 새로 얼굴을 내민 펀드들은 이름만 갖고 실체와 투자목적을 파악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유럽계 소버린자산운용이 SK(주) 지분 매입 사실을 신고할 때 자회사 크레스트증권을 동원했듯 이른바 '몸통'을 숨기고 들어오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유럽 투자자들에겐 소버린의 성공사례가 유명하다"며 "이 때문에 지배구조가 취약한 국내 기업의 지분에 관심을 가진 유럽계 펀드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도 "특히 헤지펀드의 경우 본사보다는 여러 자회사들 중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펀드를 내세워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며 "지분취득 사유도 '투자목적'이라고만 밝힌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들 펀드는 일단 지분을 확보한 후 소버린처럼 지배구조가 취약한 기업의 경영권에 간섭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또 지분을 장내에서 추가로 사들이면서 주가를 올린 다음 매각해 단기 차익을 얻거나 환율 급ㆍ등락을 이용해 주식을 매매하면서 차익을 노리는 방식을 구사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국내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최근들어 외국계 증권사의 투자 포트폴리오에 포함이 안된 코스닥 중소형주를 대거 외국인들이 사들이는 것도 상당수 투기성 자금이 유입된 증거"라고 해석했다.
◆ 글로벌펀드 유입 '기대'도
UBS증권 마이클 진 대표는 "최근 한국증시 신규투자를 문의하는 외국계 펀드들 중 상당수가 주로 선진국을 무대로 활동하는 글로벌펀드"라고 전했다.
이미징마켓을 등한시하던 글로벌펀드가 한국 증시의 전망을 밝게 보고 새롭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상장기업인 빙그레 지분을 5.35% 확보하면서 국내 증시에 처음 이름을 선보인 UBSAG가 대표적 예이다.
그는 특히 최근 유럽계 자금이 대거 유입되는 것은 한국이 유럽계 펀드의 투자지표인 FTSE 선진국 지수에 편입될 가능성이 제기된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CLSA증권 김기수 전무도 "최근 아시아 지역 대부분의 국가에서 외국인 자금이 동시에 늘어나는 것은 이머징마켓펀드와는 성격이 다른 새로운 펀드들이 유입되고 있는 반증"이라고 분석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