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언어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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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슨 냄새야.향내잖아.무당딸 아니랄까봐." 영화 '여고괴담'에서 여학생의 손등을 회초리로 내려치면서 이렇게 내뱉은 교사는 모멸감에 떠는 친구 대신 복수하러 나선 여고생 귀신에 의해 참혹한 죽임을 당한다.
언어폭력은 언제고 이처럼 끔찍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한 대 맞은 것은 잊혀지지만 고약한 말은 비수처럼 꽂혀 사라지지 않고 수시로 가슴을 후벼파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벌줄 때 "맞을래" "벌점제로 할래"하고 물으면 대부분 맞겠다고 하는데 이유는 벌점이 누적될 때 들을 "또" 소리가 무서워서라고 한다.
내성적인 사람의 범죄 이면을 보면 지속적인 언어폭력에 시달린 나머지 순간적으로 감정이 폭발한 수가 많다는 보고도 있다.
언어폭력은 겉으로 드러나는 상처가 없다 보니 가하는 사람은 별 생각없이 마구 해놓고 금방 잊는 반면 당하는 사람의 경우엔 마음에 새겨진 상처가 아물지 않다 갑자기 덧나는 수도 잦다.
말 한 마디가 사람을 죽이고 살린다는 데도 우리 주위에서는 여전히 험한 말들을 아무렇지 않게 해댄다.
사랑하는 가족에게 "정말 뭐가 되려고 그러니" "어쩜 그렇게 모자란 것만 닮았는지" 등의 얘기를 서슴없이 하는가 하면,상대방만 탓하면 될 일에 가족까지 들먹이는 몹쓸 짓도 자주 한다.
"태생은 못 속이지" "애들이 닮을까 겁나네" 같은.
뿐이랴.익명성이 보장되는 사이버 공간에 이르면 그야말로 생지옥이 따로 없다.
자신과 의견이 다르다거나 생각 혹은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과 폭언은 물론 협박 공갈도 일삼는다.
그런 말이 막상 자신에게 쏟아졌을 때의 기막힌 심정이나 모욕감 분노는 아랑곳없이.
현역 대령이 부하에게 막말을 한 죄로 중징계를 받고,초등학교 교장이 여교사들에게 말을 함부로 하다 교사와 학부모로부터 교체 요구를 당했다는 소식이다.
대령과 교장선생님 모두 나름대로의 이유와 사정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잘못이 있으면 해당 사안에 합당한 벌을 내리는 게 옳지 막말로 사람의 자존심과 인격을 짓밟는 것은 용납되기 어렵다.
"윗사람이 말 좀 막 했기로서니"는 이제 그만둘 때도 됐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