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실률 늘고 임대료는 큰폭 하락] "상가주인 보호법은 없나" 하소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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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경기가 좋았을 때는 상가 주인의 횡포가 사회정의 차원에서 문제가 됐고 이 때문에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제정됐다.
하지만 불경기가 장기화하면서 상가주와 세입상인의 처지가 뒤바뀌고 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S부동산 컨설팅의 김대화 사장은 "상가 임대를 하려는 상가주는 늘어나는데 반해 불경기로 인해 월 임대료를 꼬박꼬박 잘 낼 수 있는 세입상인이 드물기 때문에 과거처럼 상가주들이 일방적인 횡포를 부리던 시절은 지났다"고 전했다.
장사가 안돼 임대료를 제대로 안내면서도 '배째라식'으로 버티는 세입상인들 때문에 골머리를 썩히는 상가주들이 늘고 있다.
서울 신촌에서 4층짜리 상가건물을 임대하고 있는 최모씨(67)는 "일부 점포는 7∼8월째 임대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계약을 해지할 때 이를 보증금에서 뗄 수도 있지만 손해를 보고 장사하고 있다는 하소연에는 그럴 수도 없다"고 털어놨다.
새 세입자를 찾기 어려워지자 건물주들은 입주자들이 행여 나갈세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인천 구월동 7층 건물에 세들어 있는 부동산컨설팅의 경우 최근 1년 계약(월세 4백만원)이 만료되자 건물주가 임대료를 25% 낮춰줄테니 계약을 연장하자고 나서기도 했다.
세입자를 새로 구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악용한 세입자들도 등장하고 있다.
임대료를 내리지 않으면 가게를 옮기겠다며 배짱을 부리거나 월세를 '당당히' 미루기 일쑤라는 것.
'갑'과 '을'이 뒤바뀐 셈이다.
일부 건물 소유주들은 "임대차보호법에 이어 상가주보호법이라도 나와야 할 판국"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대구 도심에 2층짜리 오래된 건물을 소유하고 있던 김모씨는 친척에게 빚보증을 잘못서 건물을 팔게 됐다.
하지만 건물을 비워 주겠다고 철썩같이 약속했던 세입자가 막판에 얼굴을 싹 바꿨다.
계약기간이 지났다며 임대차보호법에 보장된 5년간 더 버틸 수 있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
장사가 안된다기에 먼저 월세를 깎아주기도 했던 김씨는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
하지만 자칫하면 거액의 계약금을 물어줘야 할 처지여서 어쩔수없이 권리금을 물어주고 세입자를 내보냈다.
대구 변두리에 점포 5개짜리 상가건물을 가지고 있는 신모씨도 황당한 경우를 당했다.
불경기로 세입자가 절반 가까이 빠져 나간데 이어 한 사람은 아예 가게문을 닫고 종적을 감춰 버렸다.
김철수ㆍ대구=신경원ㆍ울산=하인식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