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앞이 안보인다] 국제유가ㆍ원자재 가격도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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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지속된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급등세가 꺾일 기세를 보이지 않으면서 실물경제를 압박하고 있다.
수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원유와 원자재의 불안정한 가격 움직임은 곧바로 국내 경제 전반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이후 냉각기에 접어들었던 국제 원자재 시장이 갈곳 잃은 국제 투기자금의 '황금시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하반기 경기 회복 지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유가와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이라는 이중고에 거의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는 상황에서 미봉책 수준의 단기적인 대책보다는 정부 차원의 에너지 수요 관리 및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와 같은 근본적인 체질 강화를 위한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국제자금, 다시 원자재 시장으로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10일 "원자재가 인플레 시대의 대안투자로 각광받을 것"이라며 국제자금의 원자재 시장 유입을 점쳤다.
실제로 1조달러 이상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는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는 원자재에 투자하려는 고객들의 요구를 반영, 이달 중 골드만삭스 원자재지수(GSCI)에 연동된 새로운 원자재 투자 상품을 출시하기로 했다.
메릴린치와 씨티은행도 최근 원자재 투자펀드를 새로 만들었다.
현재 GSCI를 따라 움직이는 국제자금은 2백억달러로 지난 2000년에 비해 거의 배로 늘었다.
원유 등 에너지와 곡물 비철금속 귀금속 등으로 구성된 GSCI지수는 올들어 지금까지 18.4% 급등, 원자재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을 뒷받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플레 고조 및 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주식과 채권 투자의 리스크가 높아진 지금, 위험 분산 차원에서라도 원자재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한다.
증시에서 빠져 나온 자금중 상당액이 원자재 시장으로 유입될 것이라는 얘기다.
◆ 고유가 지속 전망, 국내외 경제둔화 우려
국제자금의 원자재 시장 유입 전망에 따라 유가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월가의 이머전트 애셋 매니지먼트의 수전 페이옌 사장은 "오르는 종목에 집중되는 게 국제자금의 속성"이라며 "최근 증시에서 빠져 나간 자금이 원자재 중에서 원유로 몰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유가의 추가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미국 서부텍사스 중질유(WTI)를 기준으로 한 국제유가는 현재 연초 대비 9달러 급등한 배럴당 40달러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가가 내달 초 석유수출국기구(OPEC) 각료회담 전까지 강세를 유지, 사상 최고치(90년 41.15달러)보다 1.5달러 높은 43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날 이라크 송유관 파괴와 같은 석유시설 테러가 이어질 경우,45달러 이상의 초(超)고유가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고유가로 촉발된 국제자금의 원자재 시장 유입이 다시 '고유가 가속화→인플레 고조→금리 인상 사태→증시 침체→세계 경제 성장 둔화'의 악순환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오르면, 세계경제가 0.4% 위축될 것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따라서 국제통화기금(IMF)과 유엔 등 국제기구들이 평균 유가를 배럴당 28∼30달러로 잡고 예측한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3.1∼4.2%)은 2.6∼3.7%로 하향 수정돼야 할 판이다.
이정훈ㆍ이정호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