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40달러 돌파…정부대책 부심] 소비위축 등 국내경제에 직격탄


미 서부텍사스중질유(WTI) 가격이 14년만에 배럴당 40달러를 돌파하는 등 국제유가가 끝없는 상승곡선을 이어가면서 경제계에 비상이 걸렸다.


유가의 지속적인 상승은 석유제품 가격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고, 이는 산업 활동을 둔화시키는 것은 물론 소비자 물가와 이자율까지 끌어올려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연쇄적으로 일으킬게 뻔하기 때문이다.

◆ 국내 경제에 직격탄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두바이유 기준 연평균 국제유가가 배럴당 35달러를 유지할 경우 국내총생산(GDP)은 3.67%, 투자는 2.45% 떨어지는 등 국내 경제 전반이 '고유가 태풍권'을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소비자 물가도 1.53%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또 고유가에 따른 물가 상승으로 근로자들의 실질임금은 2.14%, 소비는 1.22%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김태헌 에너지경제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유가 상승에 따른 경기침체는 수입재의 수요 감소로 이어져 경상수지 악화를 어느 정도 상쇄할 수도 있다"며 "그러나 높은 원유수입 의존도로 제품 가격이 비싸져 수출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 약발 안받는 정부대책


정부는 지난달 30일 두바이유 10일 이동평균 가격이 32달러를 돌파하자 유가 안정 2단계 대책으로 석유수입부과금과 관세 인하를 단행했지만 '약발'은 1주일을 채 넘기지 못했다.
국제유가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정유사들은 휘발유 등 석유제품가격을 ℓ당 12원씩 인하한지 1주일도 안돼 지난주 각 석유제품 가격을 ℓ당 5∼11원씩 재인상했다.


지난 11일 LG칼텍스를 시작으로 이번주에도 정유사 가격인상이 줄줄이 예고돼 있다.


김칠두 산업자원부 차관은 12일 정유 5개사 사장단과 긴급 간담회를 갖고 석유제품 인상폭 최소화를 당부했지만 유가 상승분의 국내 가격 전가가 불가피하다는게 정유사들의 속내다.



◆ 내국세 인하 적극 검토


정부는 추가 대책으로 석유제품의 내국세 인하 및 석유수입부과금 추가 인하를 적극 검토중이다.


그러나 12일 열린 당정협의에서 홍재형 열린우리당 정책위원장이 내국세 인하 방침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 시행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현재 휘발유에 붙는 세금은 교통세 5백59원을 포함, 지방주행세 교육세 부가가치세 등 ℓ당 8백60원 수준으로 소비자가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교통세가 10% 인하되고 석유수입부과금이 2∼4원 추가로 내리면 휘발유 소비자 가격은 ℓ당 70∼80원 떨어질 것이라는게 정부 판단이다.


두바이유 10일 이동평균가격이 35달러를 넘는 최악의 경우에는 비축유 방출과 석유제품 최고가격제 등의 대책을 실시할 방침이다.


최고 가격제는 휘발유의 최고 가격을 일정 수준에 고정시키고 정부가 유가완충자금(5천3백억원)을 활용, 가격 상승분을 정유사에 보전해 주는 제도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