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일의 우선순위..민계식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부회장>

minks@hhi.co.kr 세상의 일을 분류하는 방법이 여러 가지 있겠지만 그 중에 다음과 같이 네 가지로 나누는 방법도 있다. 첫째는 중요하고 급한 일이다. 둘째는 중요하지만 덜 급한 일이다. 셋째는 중요하지는 않지만 급한 일이다. 넷째는 별로 중요하지도 않고 급하지도 않은 일이다. 세상의 일을 이와 같이 네 가지로 나눌 때 물론 중요하고 급한 일을 먼저 해야 한다. 다음으로 사람들은 세 번째 일,즉 중요하지는 않지만 급한 일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많은 부분의 회의,결재,편지,e메일,전화 등이 이런 일에 속한다. 그런 일들은 즉각적으로 무엇을 해냈다는 느낌을 주지만 종국에 가서는 남는 것이 거의 없어 허무할 뿐이다. 위의 두 가지 일을 하고 나면 시간이 부족해 중요하지만 덜 급한 일은 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세상을 좀더 보람 있게 살려면 첫 번째로 중요하고 급한 일을 한 후에는 중요하지만 덜 급한 일을 해야 한다고 한다. 이러한 일들로는 하루 중 일정부분 가족·친구와 대화를 나누거나 생활을 함께 하는 것,건강관리를 하는 것,직원들과 교감을 나누는 것,계획을 세우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사실 이런 일들은 하기 싫은 일은 아닌데도 즉각적인 보상이 없기 때문에 바로 큰 이득을 볼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오늘 당장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큰 문제는 없다. 그래서 오늘,내일,한 달,1년 미루다 보면 소원해진 관계를 회복할 수 없는 상황이 되기도 한다. 오늘 운동을 하지 않아도 건강에 큰 문제는 없다. 그래서 오늘,내일,한 달,1년 미루다 보면 건강상태가 악화돼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기도 한다. 경영도 마찬가지다. 기업경영에 있어서 중요하지만 덜 급한 것의 대표적인 예를 들라고 하면 바로 '기술개발'이다. 오늘 당장 신기술이나 신제품이 개발되지 않아도 경영에 큰 문제는 없다. 그래서 당장 급한 영업,생산에 매달리고 기술개발은 뒷전으로 밀리게 되면 오늘,내일,한 달,1년이 지나고 나면 기술적으로 낙후돼 경쟁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될지도 모른다. 가끔 우리의 삶을 점검해 보고 매일매일 우리가 하는 활동들이 장기적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생각해 보자.중요한데도 불구하고 덜 급하다고 해서 태만히 하는 일은 없는지 점검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