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은 '부부의 날'] 결혼한지 1년 새내기 부부 이창현ㆍ김은영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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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대부분의 시간을 직장에서 보낸다.
아내는 자기 일을 포기한 채 육아와 가사일을 맡으며 시부모까지 모시고 산다.
전통적인 우리네 부부 생활이었다.
그러나 인터넷과 미디어매체 발달로 서구식 문화가 급속도로 퍼져가면서 생활 습관이 바뀌고 있다.
요즘 신세대 부부 생활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결혼한 지 1년 된 새내기 부부인 이창현씨(32ㆍ우리홈쇼핑 홍보팀 근무)와 김은영씨(27ㆍ교육대학 진학 준비)가 말하는 '21세기'형 부부생활을 들어본다.
◆ 시부모 모시기 =김씨는 요즘 보기 드물게 시어머니를 모시고 산다.
친구들은 김씨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라며 위로하지만 김씨의 생각은 다르다.
친정 부모라고 생각하면 별 어려움이 없고 오히려 장점이 많다.
김씨가 시어머니를 대하는 모습을 보면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인지 친정어머니와 딸 사이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실제로 김씨는 시어머니에게 '엄마'라고 부르며 친정어머니를 대하듯 어리광을 부리기도 한다.
이처럼 고부가 격의없이 지내게 된 것은 같은 취미를 갖고 많은 대화를 나눈 덕분이다.
두 사람은 매주 화ㆍ목ㆍ토요일에 수영을 배우고, 일요일엔 공중 목욕탕을 찾는다.
김씨는 "사람 사이의 관계는 만들어가기 나름"이라며 "시어머니가 어렵고 불편하다는 것은 사회가 만든 편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 가사일은 반반씩 =가사일은 절반씩 나눠 맡는다.
직장 생활을 하는 남편과 교육대학교 진학을 위해 시험 준비를 하는 아내가 서로의 부담을 덜기 위해서다.
남편은 밥과 설거지, 아내는 반찬과 청소를 맡는다.
빨래도 주2회씩 나눠 수요일엔 남편, 일요일엔 아내가 하고 있다.
두 사람은 앞으로 태어날 아기를 위한 업무 분담도 마친 상태이다.
이미 이슬이라는 이름까지 지어놓았다.
기저귀 갈이 및 목욕은 남편이, 수유는 아내가 각각 맡기로 계획돼 있다.
◆ 수입ㆍ지출 내역은 투명하게 =현재 가계수입의 전부인 남편 월급은 아내가 맡고 있다.
씀씀이가 큰 남편보다 알뜰한 아내가 관리했을 때 내집 마련을 앞당길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한쪽의 일방적인 돈 관리는 차후 다툼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서로의 지출 내역은 투명하게 공개한다.
이를 위해 김씨는 남편이 자신의 소비 내역을 알 수 있도록 남편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있다.
남편 역시 인터넷뱅킹 아이디를 공유, 자신의 지출 내역을 아내가 알 수 있게 한다.
또 매달 마지막 주에는 부부가 가계부 회의를 열어 그 달의 수입ㆍ지출 내역을 분석한다.
◆ 부부보다는 연인처럼 =일상에 매몰되면 자칫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줄 수 있다고 생각한 이들 부부는 한 달에 한번씩 서로를 위한 깜짝 이벤트를 연다.
두 사람은 "이번 달에는 어떤 이벤트가 준비돼 있을까를 생각하면 서로에 대한 감정이 애틋해진다"고 입을 모은다.
결혼 프로포즈를 멋지게 못한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던 남편 이씨는 얼마 전 결혼 1주년을 맞아 독특한 깜짝 이벤트를 펼쳐 아내 김씨를 감동시켰다.
비디오에 아내를 향한 프로포즈의 메시지를 담아 선물한 것.
두 사람은 이날 보성 녹차밭으로 제2의 신혼여행까지 다녀왔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