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社 5곳중 1곳 "경영권 불안" ‥ 商議, 200개社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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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기업 5곳 가운데 1곳은 외국인 지분의 증가 및 주식가치의 저평가로 경영권 유지에 불안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설비투자를 하지 말고 배당을 더 해달라"는 외국인 주주들의 요구로 경영상 애로를 겪는 기업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상장 2백대 기업(응답 1백32개사)을 대상으로 조사해 20일 내놓은 '국내 기업의 경영권 불안 및 대응 실태' 자료에 따르면 조사 대상 기업의 18.2%가 경영권 유지에 불안을 느끼거나 향후 그럴 가능성을 걱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권 불안 요소로는 외국인 지분 증가(30.3%)가 가장 많이 꼽혔다.
△주식가치 저평가 27.3% △지배주주 지분 감소 21.2% △인수합병(M&A) 방어제도 미흡 15.2% 등도 경영권 유지의 불안요소로 나타났다.
대한상의는 "기업들이 경영권 불안을 느끼고 있는 것은 주식시장의 외국인 비중이 2000년 초 21.9%에서 최근 43%까지 높아진 반면 의결권 제한 규제로 경영권 방어가 제약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상의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5대그룹의 주력기업들이 내부 지분보다 외국인 지분이 훨씬 높은 상황이어서 외국인이 마음먹기에 따라 기업경영에 큰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업들은 적대적 M&A 위협의 주체를 △외국인투자자 49.1% △국내 및 외국인투자자 40.4% △국내투자자 10.5% 등의 순으로 지목했다.
외국자본에 의한 적대적 M&A 위협에 대해서는 지배구조 개선 등 긍정적 효과(43.9%)보다는 경영차질 등 부작용(56.1%)을 지적하는 의견이 더 우세했다.
실제로 외국인 지분이 늘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경영간섭으로 애로를 겪은 적이 있다고 밝힌 기업이 12.9%에 달했다.
이 가운데 47.6%는 외국인 투자자들로부터 설비투자 대신 주주배당을 해달라는 요구를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경영권 방어대책과 관련, 전체의 69.7%가 '별다른 대책이 없다'고 응답했다.
나머지 기업들은 우호주주 확보를 위한 제3자 주식배정(25.8%), 경영진 교체요건 강화(3.0%) 등을 대책으로 꼽았다.
경영권 안정을 위한 제도개선책으로 59.1%가 적대적 M&A에 대한 방어수단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정구학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