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피해자가 폭로한 유흥업소 실태

"이젠 정말 제가 웃고 싶을 때만 웃을 거여요" 2일 오전 대구여성회 강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가한 성매매 피해여성 A(33)씨는 이제 다시 웃음을 파는 일을 하지 않기로 하고 자신이 겪은 일과 유흥업소 업주들의 만행을 눈물과 함께 낱낱이 폭로했다. 접대부로 출발해 최근까지 한 유흥업소의 마담으로 일한 A씨는 9년 가깝게 유흥업소에 종사하며 당했던 인권 유린 사례는 A4용지 10여장에 빼곡이 채울 정도로 그 정도가 심했다. 다른 접대부들과 마찬가지로 A씨는 20대 초.중반의 어린 나이에 1천만원 가량의 선불금을 받고 접대부 일을 시작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선불금으로 진 빚은 줄어들기는 커녕 8천만원이 넘게 불어났다. 이후 업주는 이 빚으로 A씨를 옭아맨 뒤 계속해 접대부로 남아있기를 요구하며 빚을 핑계로 속칭 '2차'로 불리는 윤락을 강요해 성매매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 A씨가 마담이 된 뒤에도 업주들은 다른 접대부가 선불금을 받을 때 A씨가 보증을 서게 해 도망가지 못하도록 감시를 하도록 했고, 접대부가 사고 등으로 선불금으로 진 빚을 갚지 못하면 이를 A씨에게 떠넘겼다. 뿐만 아니라 업주들은 몸이 아파 출근을 하지 못하거나 지각을 하면 각종 명목의 벌금으로 빚을 눈더미처럼 불어나게 했고, 손님이 술값을 깎거나 외상을 해 생긴 영업 손실은 모두 마담인 자신이 회수하도록 강요하고 제때 회수하지 못하면 폭행과 폭언을 퍼부었다. A씨는 또 업주들이 올 초 성매매방지법이 발효된 뒤에도 교묘한 수법으로 계속해 윤락을 강요했고 말을 듣지 않으면 '교통사고를 위장해 살해하겠다'는 등의 협박도 수없이 들어야했다. A씨는 수천번이나 업소 일을 그만둘 것을 생각했으나 빚이 많거나 나이가 든 접대부를 일본으로 팔아넘기는 '국제인신매매'나 불법 안마시술소로 보내 윤락을 강요하는 만행을 본 적이 있어 발을 쉽게 뺄 수 없었다. 여성단체의 도움으로 굴레를 벗어나게 된 A씨는 "쉽게 돈을 벌겠다는 생각에 유흥업소를 찾은 것이 후회스럽다"며 "일반의 착각과 달리 유흥업소 종사자들은 부당한 착취가 구조화된 시스템에 있는 만큼 사회의 인식이 달라져 더 이상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구=연합뉴스) 이강일 기자 lee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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