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국민연금 개선책 왜 서둘렀나] '不信여론' 잠재우기 긴급처방

보건복지부가 3일 국민연금 체납자에 대한 강제징수를 자제하고 보험료 연체금(연체이자)을 면제하기로 한 것은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여론을 진화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대책이 급속히 확산중인 '반(反)국민연금' 정서를 누그러뜨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안티 국민연금'측은 연금개선보다 연금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터다. 국민연금 제도 자체를 부정하는 상황으로 치달은 현실에서 어떤 대책도 쉽게 수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연금대책 나오기까지 =복지부의 이날 대책은 하루라도 빨리 발등의 불을 꺼야 한다는 긴박감에서 나온 것이다. 인터넷에 국민연금의 불합리성을 지적한 '국민연금의 비밀'로 촉발된 국민연금 반대여론은 국민연금 폐지운동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연금 재정안정을 위해 연금법 개정안을 국회에 상정해둔 복지부로서는 당혹스러운 사태다. 김화중 장관이 이날 국정현안 정책조정회의를 거쳐 긴급 기자회견의 형식을 빌려 연금대책을 발표한 데서도 시급함을 읽을 수 있다. 더욱이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국민연금제의 대안으로 기초연금제가 거론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 추진중인 국민연금법 개정안 처리가 또다시 벽에 부딪힐 가능성도 없지 않다. ◆ 정부 단기 대책 =정부는 당장 신용불량자를 체납처분(압류) 대상에서 빼주기로 했다. 이를위해 복지부와 공단은 국세청과 신용불량자 명단을 공유하기로 하고 관계부처와 협의를 끝냈다. 부도사업자, 단기 소액 미납자(1년 미만 1백만원)도 제외대상이다. 사업자등록증이 있더라도 벌이가 없거나 사실상 휴ㆍ폐업한 사람도 처분대상에서 제외해 준다. 생계유지형 재산도 압류대상에서 제외된다. 임금채권이나 개인택시 개인용달 등이 여기에 포함되며 현재 압류중이라면 본인 신청을 받아 검토 후 조기에 압류를 풀어준다. ◆ 시스템 정비 =도마에 오른 '병급조정'도 재검토하기로 했다. 병급조정이란 같은 공적연금에서 한 사람에게 두 가지 연금을 중복해 지급하지 않는 조항. 예컨대 맞벌이 부부로 노령연금을 받다가 한쪽 배우자가 사망해 유족연금을 받게 됐을 때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유족연금 수급조건을 완화하려면 현재 계획된 연금보험료 인상안과는 별도로 보험료를 추가로 올릴 수밖에 없다. 보험료 추가 인상에 대한 반발을 또다른 불씨로 남긴 셈이다. ◆ 부작용 소지도 많아 =국민연금 파문이 제도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치달은 상황에서 이를 진화하기 위한 대책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에 제시된 일련의 조치들은 지역가입자와 직장가입자간의 형평성 문제를 한층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도 적지 않다. 현재 지역가입자의 소득파악률은 30%를 밑돈다. 이번 조치로 지역 가입자들이 소득을 낮춰 신고하거나 납부예외자가 늘어나면 결과적으로 전체 가입자의 연금수급액이 줄어들게 된다. 소득이 원천노출되는 직장가입자들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 징수의 고삐가 늦춰진 틈을 타 '진짜' 생계곤란자가 아니면서도 보험료를 내지 않거나 고소득자이면서도 소득을 낮춰 신고하는 모럴해저드가 심해질 수 있다. 현 연금제도가 저소득층에 수익률을 더 얹어주도록 설계되어 있는만큼 이들이 오히려 혜택을 받는 모순이 생기는 것. 장기적으로는 국민연금의 우산을 벗어나는 연금탈락자가 늘어나는 것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리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노후보장대책이 전무한 빈곤층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어서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