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투명성 덫에 허우적, 부자도 돈 못쓰는 분위기" .. 李부총리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4일 "한국의 기업들이 정치적·시장적·기업 내부적 요인들로 인해 '투명성의 덫'에 빠져 있다"며 "이 때문에 경기가 침체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으며 회복되더라도 빠른 속도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총리는 이날 정례 브리핑을 통해 "정치권과 시장으로부터 기업 감시기능이 강화된 가운데 기업 내부적으로도 경영권을 방어하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요성이 커져 '기업발(發) 소비'가 회복되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이와 함께 "사회적으로도 고소득층의 활발한 소비를 촉진하는 분위기가 아니다"며 '부(富)'에 대해 지나치게 배타적인 사회 정서를 우려했다. 정부가 재정 지출을 견실하게 짜는 데 치중,적극적으로 내수 소비를 주도하는 역할을 못하고 있는 점도 경기회복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경기 전망과 관련,이 부총리는 "당초 올 2분기(4∼6월) 말에는 소비와 투자가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었는데 그 시점이 코앞에 다가오니 은근히 겁이 난다"며 전반적인 경기상황이 긍정적이지 않음을 내비쳤다. 그는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6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 대비) 4% 가까이 오르고 7월부터는 물가상승률이 일시적으로 4%를 웃돌 수도 있다"며 물가불안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 부총리는 이처럼 불안한 경제상황을 해결할 돌파구로 규제완화를 첫손에 꼽았다. 그는 "오는 7월말까지 투자 및 기업활동과 관련된 규제를 찾아서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데 전력을 기울이겠다"며 "기업규제 완화문제를 놓고 관계부처와의 의견조율이 내 힘으로 안될 경우엔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를 통해서라도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윗분에게 일을 많이 드려서 미안하지만 당분간은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규제완화) 속도를 높일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추가경정예산 규모와 편성 시기에 대해서는 "(추경이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다음주나 2주 후에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