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코너] 무감각해진 노동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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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개국중 59위.올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평가한 한국의 노사관계 경쟁력 순위이다.
노사경쟁력이 최하위권에 처진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작년에도,재작년에도,그 이전에도 우리의 노사관계는 세계에서 맨 꼴찌를 맴돌았다.
그래서인지 IMD 발표에 대해 새삼스럽게 놀라거나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지 않다.
특히 전투적 노동운동을 밥 먹듯이 벌여온 노동계에선 "그래서 어쩔래"하는 식으로 오히려 큰소리를 치는 형국이다.
그러다 보니 성숙된 노사관계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사용자와 정부쪽에서도 매년 되풀이되는 노동계의 '푸닥거리식' 집단투쟁을 피할수 없는 숙명처럼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어쩌면 노·사·정 모두가 소모적이고 파괴적인 노동운동에 대해 신경이 무디어 진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올해도 1백21개 병원이 포함된 의료보건노조를 비롯 택시노조 금속노조 버스노조 등이 파업을 벌였거나 현재 벌이고 있다.
지난 18일 현재까지 벌어진 파업건수는 2백38건.지난해 같은기간 96건에 비해 이미 2배를 넘어섰다.
여기에 현대·기아 쌍용 GM대우 등 노동운동을 주도해온 자동차 4개사 노조도 파업에 동참할 태세여서 산업현장이 또다시 소용돌이에 휩싸일 조짐이다.
노사관계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한 해 1조원이 넘어도,외국자본 유치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해도,국내 자본이 해외로 이동해도,그래서 일자리가 갈수록 감소한다 해도 노동계의 파업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기업의 경영상태가 좋든 나쁘든,내몫만 챙기면 그만이란 식으로 밀어붙이는 구태의연한 운동방식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고 있다.
대기업노조들은 올해 협상에서도 임금을 자제하겠다는 진지한 고민없이 비정규직의 처우개선과 함께 내몫도 모두 내놓으라며 사용자측을 압박하고 있다.
지금 돌아가는 협상분위기로 미루어 볼 때 IMD에서 매길 내년도 우리나라 노사관계의 순위는 올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직장 없이 길거리를 떠도는 실업자와 노조원 자신의 일자리 유지를 위해서라도 이제 노동계가 현실을 직시해야 할 때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