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개미'들 선물시장 장악] 메신저 통해 매매때 공동보조

주가지수 선물시장에 개인들의 투기 바람이 거세다. 주식 현물시장의 동향이 불투명해지자 수많은 개인들이 '한탕'을 위해 현물에서 선물로 대이동하고 있다. 주가가 오르든 내리든 상관없이 변동성만 있으면 언제든지 돈을 벌 수 있다는 선물투자의 투기적 속성이 수익에 목 말라 있는 개인을 유혹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백억원을 굴리며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큰손'과 전문가를 능가할 정도의 실력을 갖춘 프로급 '선수'들, 그리고 소액 투자자들까지 가세하면서 '올인'식 베팅이 가열되고 있다. 그 결과 선물시장에서 개인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50%를 넘어섰으며 거래량도 폭증하고 있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전세계 증시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개인 선물 투기가 한국 증시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 선물시장을 장악한 '큰손'과 '투자클럽' 개인들이 선물시장의 주도권을 장악했지만 실제로는 소수 집단이 시세를 주도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수백억원을 굴리는 '큰손'과 펀드나 투자클럽 형태로 수억∼수십억원의 자금을 모아 공동 운용하는 사설 부티크들이 그 핵심이다. 실제 S증권 압구정지점의 '압구정동 미꾸라지(속칭)', B증권 포항지점의 '문어' 등은 예수금만 수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증거금 제도(주문액의 15%만 내면 거래 가능)를 활용, 하루에도 5천∼1만계약(2천억∼4천억원)에 달하는 대량 매매를 통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게 증권가의 관측이다. 사설 투자클럽 전문투자자 H씨는 "큰손들의 경우 하루에 30억원 이상을 벌거나 잃는다는 소문이 자자하다"고 전했다. 서정 서울증권 파생상품팀장은 "수백억원대를 주무르며 움직이는 큰손들은 손에 꼽을 정도지만, 여러 명이 펀드 형태로 수억∼수십억원의 자금을 모아 운용하는 투자클럽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뉴스 및 정보 수집ㆍ가공 능력, 선물 프로그램 개발 등에서 기관투자가를 능가하는 '프로집단'이라는 것이다. 주로 강남 일산 분당 여의도 소재 오피스텔에 상주하면서 매매하고, 메신저를 통해 공동 보조를 취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부나방처럼 뛰어드는 소액투자자들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지만 때로는 단단한 응집력을 과시하는 소액 투자자들도 적지 않다. 이들의 투자금액은 평균 2천만∼3천만원, 많으면 1억∼2억원 정도. 연령층은 30대에서 50대까지 다양하지만 젊은층이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송봉현 동원증권 양재지점장은 "지점에 상주하면서 선물매매를 하는 고객들은 인터넷이나 유명 강사의 강의를 듣는 것은 물론 시장이 열리지 않는 토요일에는 지점을 찾아와 실전 연습을 할 정도로 열정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선물계좌를 개설하는데 필요한 최소 자금인 1천5백만원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에는 2∼3명이 모여 1천5백만원을 만든 다음 최후의 베팅에 나서는 '중독자'들도 적지 않다. 이들을 상대로 고리대금업을 하는 사람이 생겨날 정도다. 증권사 선물옵션 브로커들은 "선물투자는 경마와 같이 도박성과 중독성이 강해 한 번 빠지면 쉽게 헤어나지 못한다"고 경고했다. 지난 90년대 말 선물투자로 명성을 떨친 피데스투자자문의 송상종 사장은 "선물투자로 돈을 벌려면 최소 6개월 이상 큰 수업료를 내야 한다"면서 "개인들은 선물을 시작하지 않는게 상책"이라고 강조했다. 송봉현 지점장도 "지점에서 돈을 벌고 전문지식을 쌓으면 오피스텔 등으로 이동해 세미프로처럼 활동하지만 열에 아홉은 2∼3개월 안에 깡통을 차는게 현실"이라고 우려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