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정유 파업] 내수재고 10일분 … 전후방 산업 큰 타격

LG칼텍스정유 주요 설비가 노조의 파업으로 가동이 중단됨에 따라 "에너지 대란"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LG칼텍스정유가 국내 석유 및 석유화학제품의 30%를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정유공장의 특성상 핵심 공정의 가동 중단은 전 공정의 가동 중단으로 이어져 20일부터는 울산공장 전체가 멈춰서게 됐다.

또 정상화에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어 국내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24시간내 전면 가동 중단LG칼텍스정유 여수공장은 19일 오후 1시40분께 중질유 분해시설(RFCC)과 폴리프로필렌(PP) 생산설비의 가동이 중단되면서 순차적으로 멈추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오후 3시 현재 67개 공정 가운데 37개 공정이 작동을 멈췄고 가동률은 70%에서 30%대로 떨어졌다.

회사측은 일관공정 특성상 24시간 이내에 전면 가동 중단 사태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가동 중단 사유에 대해 노조는 회사측이 전력 공급을 끊었다고 주장한 반면 사측은 노조가 점거에 나선 6개 조종실(컨트롤룸)부터 꺼지기 시작한 점을 들어 노조측이 고의로 스위치를 내렸다고 맞서고 있다.

어쨌든 LG정유 여수공장은 20일 낮 12시께면 모두 멈춰설 전망이다.

이 회사는 노조 파업으로 18일 2백20억원,19일 2백50억원 등 4백70억원의 손실을 입었으며 가동이 중단되는 20일부터는 하루 3백억원대의 피해를 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에너지 대란 가시화되나

LG정유 가동 중단은 에너지 대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내 석유제품 비축분은 37일분이지만 실제 내수용 재고는 10일분에 불과하다.

국내 2천8백여개 주유소에 석유제품을 공급하는 LG정유의 생산 중단으로 자동차 선박 항공기 철도 등 연료유 공급이 30% 정도 이뤄지지 않아 수송 및 물류대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 국내에 기항하는 외국 선박 연료의 30%,항공기 연료의 40%가 공급이 끊기면서 해외여객 운송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LG정유 관계자는 "국내 다른 정유업체들이 8∼9월 중 정기보수를 계획하고 있어 추가 생산 여력이 없다"며 "석유제품의 유통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LG정유는 또 각종 유화제품의 기초 원료인 나프타 전국 소비량의 20%가량을 생산해 LG석유화학 여천NCC 호남석유화학 등에 공급해 왔다.

이들 3개사의 조업 차질도 불가피해졌다.

전력 생산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남해안과 서해안 도서지역에 발전용 연료유를 공급하던 LG정유의 생산 차질로 이들 지역에 대한 전기 공급이 끊길 것으로 우려된다.

◆공권력 투입 논란

회사측은 공장 가동이 중단되자 즉각 검찰 경찰 등 정부 기관에 공권력 투입을 요청했다.

그러나 정부 기관에서는 노조측과 물리적 충돌이 빚어질 경우 주요 설비가 파괴될 가능성을 염려,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측은 "사측이 불성실한 자세로 협상에 임하다가 공권력 투입으로 나서고 있다"며 비난했다.이에 대해 사측 관계자는 "노조원들의 계획적인 불법 점거로 생산설비가 통제되지 않고 혼란상태에 놓이는 등 공장의 안전문제가 염려되고 있다"며 공권력 투입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여수=최성국·김병일·정태웅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