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기술의 새로운 싹이 돋아날 때 가만히 물을 뿌려주는 게 정부의 역할입니다. 인위적으로 싹을 심고 잎을 피우게 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만 불러옵니다."


20일 서울 리츠칼튼호텔에서 열린 제1차 한·독 산업협력위원회 참석차 방한한 한스 예르그 블링어 독일 프라운호퍼연구회 총재는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선 기업과 대학이 정부의 관리와 통제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연구개발(R&D)을 할 수 있는 산업 토양이 갖춰져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블링어 총재는 "시장 요구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R&D 필요성을 느끼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며 "다만 생명공학 등 높은 수준의 기초과학기술과 재원이 필요한 분야에선 민간과 정부 간 유기적인 연계고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의 이공계 기피 현상과 관련,블링어 총재는 "독일도 비슷한 상황을 경험했지만 대학들의 꾸준한 학과과정 재편 노력과 언론 학계 등의 적극적인 홍보로 이를 극복했다"며 "무엇보다 이공계 학생들에게 미래에 대한 가능성과 자신감을 심어주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LCD PDP 등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한국과 독일 양국이 공동연구와 기술이전을 수행할 수 있는 연구소를 빠르면 내년 상반기 중 한국에 설립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프라운호퍼연구회는 1949년 중소기업 기술향상과 R&D 지원을 위해 독일 연방정부에 의해 설립된 비영리 단체로,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국내외 58개 연구소에 연간 1조4천억원의 R&D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글=이정호 기자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