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맥경화'…시중에 돈이 안돈다] 총통화 2%P 어디로 갔나

'통화증가율 2%포인트는 어디로 갔나.'

시중에 돈이 제대로 돌지 않는 '돈맥(脈) 경화' 현상이 통화량 지표에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재정경제부가 1일 내놓은 '통화동향'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시중 자금수위를 나타내는 평잔기준 총유동성(M3)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6%대 초반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작년 M3 증가율 8.8%나, 올해 8%대로 추산되는 적정 통화량 증가율(경제성장률+소비자물가 상승률)에 2%포인트가량 못미치는 수준이다.

통화증가율 하락에 대해 금융전문가들은 기업들의 자금수요가 살아나지 않는 데다 부동산 경기가 위축돼 가계대출도 크게 둔화된 데서 원인을 찾고 있다.시중에는 돈이 풀릴 만큼 풀렸지만 쓰겠다는 사람(또는 기업)이 없어 돈이 잘 흐르지 않는다는 얘기다.

더구나 콜금리(연 3.75%)가 물가상승률(4%안팎 예상)보다 낮은 실질금리 마이너스 상황에서 돈이 돌지 않아 '실물경제 위축→심리적 불황→돈맥 경화→실물경제 위축 심화'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통화동향 자료에 따르면 가장 광의의 통화지표인 M3는 가계대출 급팽창에 힘입어 증가율이 2001년 9.6%, 2002년 12.9%까지 치솟았다가 지난해 가계대출 억제 등으로 인해 크게 꺾였다.올들어서도 월별로 약간 개선 기미를 보이지만 여전히 적정 수준인 8%대에는 훨씬 못미치는 상황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경기부진 여파로 투자와 소비가 살아나지 못해 돈이 제대로 돌지 않고 있다"며 "하반기에 중소기업 금융지원이 살아나면 자금이 원활하게 돌아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M3에서 만기 2년이상 금융상품과 생명보험회사 수신 등을 제외한 총통화(M2) 증가율도 2002년 11.5%에서 작년 7.9%, 올해엔 4% 안팎으로 떨어졌다.이와 관련, 박승 한은 총재는 지난달 국회 업무보고에서 "콜금리를 1%포인트 더 내려서라도 소비가 살아난다면 당장 내리겠지만 과연 금리를 내린다고 소비가 살아날지는 회의적"이라며 "금리를 상당한 수준까지 인하했음에도 M2 증가율이 4%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콜금리 인하 등 어떤 수단을 써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한 '돈맥'경화에서 빠져 나오기 어렵다는 얘기다.

[ 용어풀이 ]

◆ 총유동성(M3) =현재 사용되는 통화지표중 가장 넓은 개념의 지표.

현금과 요구불예금(M1ㆍ통화) 외에 저축성예금,거주자외화예금(M2ㆍ총통화)을 포함하고, 종금 투신사 등 비은행 금융회사의 각종 예수금과 금융채, 양도성예금증서(CD) 등까지 모두 아우른다.한은에서 풀려나간 본원통화가 시중에서 잘 돌아갈수록 M3 증가율은 높아진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