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 중국 둔황(敦煌)의 동굴 벽화만 그려 온 서용씨(43)가 4일부터 서울 평창동 서울옥션센터에서 둔황 벽화전을 갖는다.


'영원한 사막의 꽃'을 주제로 동굴 벽화를 모사한 작품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벽화 등 40여점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는 특히 10m가 넘는 대작들도 출품돼 사막 한가운데 서서 벽화를 감상하듯 석굴사원을 재현했다.


서울대 동양화과 출신인 서씨는 베이징중앙미술학원 벽화과에서 석사 학위,란저우대학 역사학과에서 둔황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을 정도로 둔황 벽화에 빠져 있는 작가다.


서씨는 지난 97년 둔황 벽화를 찾았다가 자연과 예술의 완벽한 조화에 흠뻑 빠져 거처를 아예 둔황으로 옮기고 실크로드의 사막 바람 속에서 벽화 연구와 모사 작업에 전념했다고 한다.
서씨의 연구 대상은 치롄산맥 언저리에 있는 밍사산 하천을 따라 이루어진 절벽에 굴을 뚫고 만든 석굴사원이다.


둔황의 막고굴(莫高窟) 석굴 4백92개 중 1백여개로 진흙처럼 굳힌 흙판 위에 그렸다.


막고굴은 4세기 중반 뚫기 시작해 원나라 때인 14세기까지 1천년간 조성된 벽화 작업이다.
작품 '수하설법천불도(樹下說法千佛圖)'는 진흙 마(麻) 안료 암채(岩彩)를 재료로 만든 가로 10m 세로 2.45m의 대형 작품으로 사방연속 문양처럼 일정한 크기의 화불(化佛)을 화면 가득 배치하고 중앙에 별도의 불화를 넣었다.


이 작품과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은 둔황 벽화 가운데 천장 그림으로 가장 아름답다는 제 3백90굴을 연상시키는 형식의 그림들이다.


미술평론가 윤범모씨는 "작가의 벽화작업은 무엇보다 불화(佛畵) 형식을 지니고 있는 게 특징"이라며 "전통적 방식을 존중하면서도 원색의 화려함 대신 중후한 색채로 바꾸는 등 부분적으로 현대적 감각을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서씨는 "둔황 예술의 결정체는 경주 석굴암"이라며 "국내 전시회를 통해 둔황 예술에 대한 한국인들의 관심을 일깨우고 싶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와 더불어 화집 '영원한 사막의 꽃,둔황'(여유당 간)도 함께 출간될 예정이다.


31일까지.(02)395-0331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