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시실리 2km'..귀신보다 무서운 사람?

"복수한다고 뭐가 달라지나?"(귀신)

"너 억울하지 않냐,너 한(恨)도 없냐,귀신한텐 한이란게 있어야 된다구.그 한을 풀려면 분노를 해야되구.그래야지 편안하게 하늘나라로 올라갈거 아냐."(범죄단 두목 양이)귀신과 사람이 대화하는 이 장면은 코믹잔혹극 '시실리 2'(감독 신정원)의 특징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귀신은 자신을 죽인 농부들을 용서한 채 이승에 은거한다.

범죄단 두목 양이는 살인 농부들을 피해 귀신의 집에 숨어들어 그녀의 억울한 사연을 듣고 동정심을 갖게 된다.이 영화에서 가장 무서운 것을 순서대로 적어보면 농부-범죄단 두목-귀신 순이다.

통념을 뒤집는 상황 설정으로 웃음과 공포를 함께 맛볼 수 있는 변형 공포물이다.

한가롭게 보이는 외딴 농촌마을 시실리(時失里)는 알고 보면 살육극이 자행되는 지옥이다.선량할 것만 같은 농민들이 탐욕스런 살인자들이다.

낫과 호미 곡괭이 등 농기구는 살인 무기로 돌변하고 밭은 시체유기 장소로 바뀐다.

살해 위기에 몰린 패거리들을 구하려던 '착한 귀신'은 불경 소리에 도망 간다.좋은 것으로만 여겨졌던 불경이 나쁜 짓을 돕는 방편이 된다.

정통 호러물을 표방한 최근의 공포영화 '분신사바''페이스''령' 등과는 차별화된 형식과 내용이다.

영화의 주제는 권선징악이다.

다이아몬드와 땅을 차지하려는 탐욕을 농부들의 살인 동기로 내세워 생명 경시와 황금 만능주의가 판치는 세상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아울러 귀신보다 무서운 것은 탐욕스런 인간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코믹 잔혹극을 표방했지만 공포의 강도는 약하다.

잔혹한 장면을 줄인 대신 웃음을 끌어내는 데 치중한 까닭이다.

군더더기 장면들을 덜어냈더라면 보다 깔끔한 작품이 탄생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도입부에서 범죄조직원 권오중이 화장실 바닥에 다이아몬드를 떨어뜨린 장면이 대표적이다.

농부들이 바깥 문을 두드렸을 때 그가 우왕좌왕하는 모습만 반복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속도감과 긴박감이 떨어진다.

양이 역의 임창정은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를 구현했다.

양이는 연장자에게는 버릇없는 '잡놈'이지만 귀신에게 따스한 감성을 전달하는 양면성을 지녔다.13일 개봉,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