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12일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아버지 (집권) 시절 여러가지로 피해를 입으시고 고생한데 대해 딸로서 사과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날 서울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을 방문,김 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이 전했다.
유신시대의 최대 피해자 중 한 명인 김 전 대통령에게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대신해 사과함에 따라 박 대표가 여권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대국민 유신 사과론"을 받아들일지 주목된다.



박 대표는 또 김 전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의 기념관 건립을 결정한 데 대해 "재임 중 어려운 일을 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전 대통령은 "과거에 대해 그렇게 말해 주니 감사하다"며 "정치를 하면서 (내가)박 전 대통령의 최대 정적이었던 것은 사실이지만,박 전 대통령이 국민에게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것은 평가할 만하다"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또 "기념관 문제를 푸는데 내가 적임자라고 생각했다"며 "기념관은 '공과'를 공정하게 평가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은 경제분야에도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
김 전 대통령은 박 대표에게 "국민의 80%가 경제를 걱정하고 있고,이대로 가면 경제는 상당히 위험하다"며 "여야는 경제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주문했다.


김 전 대통령은 "기업인들이 경제에 대해 희망을 버린 상태다.일본이 10년 불황을 깬 것은 희망을 주었기 때문"이라며 "경제는 심리인데,정치권이 국민들의 불안을 달래주고 희망을 주는 데 힘써 달라"고 강조했다.


이날 박 대표는 김 전 대통령에게'호남 화해'제스처를 적극적으로 취했다.
박 대표는 "한나라당은 호남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지지를 받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자 김 전 대통령은 "나는 동서화합을 위해 노력했지만 성공하지는 못했다"며 "내가 못한 일을 박 대표가 해달라고 말하는 것은 미안하지만,박 대표가 가장 적임자"라고 치켜세웠다.


두 사람간의 대화에선 남북 문제도 비중있게 거론됐다.


박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이)남북 평화를 위해 재임 기간에 심려를 많이 쏟았는데,한나라당도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저도 어떤 역할이라도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박 대표는 13일 민생점검회의를 갖고 정쟁중단 및 민생경제 주력 등을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홍영식·최명진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