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수정
완성도는 낮다.
이야기의 흐름은 거칠고 장면간의 호흡은 불안정하다.
주요 인물들의 분장과 연기는 사실성 부족으로 10여년간의 시차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
그러나 집중력은 높다.
장면마다 폭소가 터지고 막판에는 눈물까지 자아낸다.
코미디방송 프로듀서 출신인 이상훈 감독의 데뷔작 '돈 텔 파파'는 이른바 '웰 메이드 영화'를 포기하고 흥행 코드를 집요하게 추구한 상업영화다.
적나라한 성(性)담론과 신파조의 과잉 감정으로 대중성을 확보한 섹스 코미디다.
'몽정기'가 중학생,'색즉시공'이 대학생의 성담론이라면 이 영화는 부자(父子)의 성담론을 소재로 끌어들였다.
영화는 여고생 애란(채민서)이 교내 화장실에서 아기를 낳는 충격적인 장면으로 시작된다.
아기는 바구니에 실려 아버지인 남고생 철수(정웅인)에게 배달되고 애란은 잠적한다.
아기의 이름 '초원'은 철부지 부모가 하룻밤을 보냈던 여관명이다.
말하자면 초원은 여관에서의 하룻밤 사랑으로 잉태돼 화장실에서 태어났고 밤무대 가수가 된 아버지의 직장 나이트클럽에서 성장한 아동이다.
그의 눈에 비친 어른들의 세상은 한마디로 요지경이다.
주요 무대와 인물들의 관심사는 성본능과 관련돼 있다.
여관 화장실 나이트클럽 등은 물론이고 학교마저 성교육의 실습장이다.
수업 시간에 여선생의 팬티 엿보기를 취미로 삼았던 학생이 란제리 디자이너로 성장한 모습은 성본능이 생존조건에도 엔돌핀으로 작용함을 시사한다.
음담패설로 생계를 꾸리는 철수,욕설을 입에 달고 사는 한물간 여가수(이응경)와 포장마차 아줌마(김미화),자금 부족으로 유방만 여성으로 수술한 트랜스젠더(임호) 등은 인간 조건이 아닌 생존 조건에 매진하는 사람들이다.
이들로부터 초원이 배우는 것도 자명하다.
"아저씨 물건(성기)이 실하네"(목욕탕에서) "아줌마 맛있게 생겼대요"(술집에서)란 말을 스스럼없이 내뱉고 "어서 옵셔"와 "좋은 시간 되세요"를 인사말로 대신한다.
그러나 부자(父子)는 행복하다.
물질적으로는 가난하지만 마음은 풍요롭다.
아기를 버린 뒤 대기업 중역으로 돌아온 초원의 생모 애란은 죄책감에 시달린다.
본능에 충실한 삶이야말로 건강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부모의 재결합을 이끄는 마지막 반전에서 초원의 신파조 연기는 뭉클하다.
9월3일 개봉,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