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휴대폰업체 美에 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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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닥에 상장된 중국계 미국 통신장비업체 UT스타컴이 경영난에 빠진 한국 중견·중소 휴대폰업체들의 기술과 인력 인수에 열을 올리고 있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UT스타컴은 한국 휴대폰 업체들의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 이동통신 사업부문을 인수해 한국에 대규모 연구개발(R&D)센터를 세울 예정이다.
이를 위해 최근 텔슨전자에 CDMA 인력과 기술을 인수하겠다는 제의를 했으며,코스닥에 등록된 중견 휴대폰업체 A사와는 CDMA 사업부문과 1백여명의 R&D 인력을 인수키로 잠정 합의했다.
UT스타컴은 이에 앞서 지난 3월 CDMA 장비업체인 현대시스콤의 보유기술과 인력을 약 1백5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UT스타컴은 지난해 말부터 20여개 한국 휴대폰 업체와 물밑접촉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최근 서울 여의도에 4백∼5백명의 R&D 인력을 수용할 만한 공간을 확보하고 인수작업을 벌이고 있다.
텔슨전자 고위 관계자는 "UT스타컴이 CDMA 인력과 기술을 인수할 의향이 있다는 제의를 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다"며 "법원에서 최종 인가를 받고 화의에 들어가야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고 말했다. 텔슨전자의 R&D 인력은 3백여명 수준이다.
UT스타컴은 미국 주간경제지 비즈니스위크가 '올해의 5대 성장 정보기술기업'으로 꼽을 정도로 주목받고 있는 통신장비업체. 일본의 '큰손' 마사요시 손(한국명 손정의)이 이끄는 소프트뱅크홀딩스아메리카가 최대주주(지분 21%)다. 이 회사는 중국에 진출,'시티폰'과 유사한 무선전화 PAS로 2천9백만 가입자를 확보했다.
이를 기반으로 최근에는 휴대폰 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CDMA 종주국'을 자처하는 한국의 인력과 기술,그리고 중국에 있는 생산라인을 발판으로 미국 CDMA 시장에 진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6월 1억6천만달러에 사들인 미국 최대 휴대폰 유통업체인 오디오박스가 이 회사의 판매창구 역할을 하게 된다.
휴대폰 업계 일각에서는 CDMA 기술 및 인력 유출을 우려하기도 한다. 그 동안 쌓아놓은 CDMA 기술과 노하우가 고스란히 경쟁국 업체에 넘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